
문제는 방송에 출연한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고 그들이 행한 폭행의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돼 마치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쌓은 것처럼 미화되었다는 것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방송의 의도는 '음악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희망을 찾아가게 만든다'는 의도라지만 "친구를 땅에 묻었다" "전치 8주가 나올 때까지 때려봤다"는 폭력 학생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상처를 받은 아이는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아니라 전치 8주가 나올 정도로 맞은 아이가 아닌가? 친구에게 맞고 땅에 묻힘을 당한 학생의 상처는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자극적인 내용이 시청률을 끌어올린다지만 폭력의 가해자를 방송에 등장시켜 경험담을 말하게 하고 폭력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하는 것은 뭔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2013년 교육부에서는 정책과제 추진내용으로 '현장 중심의 학교폭력 근절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척결 대상인 4대 악 중의 하나로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다.
나는 학교 폭력의 현장인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학교 폭력의 원인을 나름 분석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 근본 원인은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 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 이 말을 쓸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질러본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 교실에서 애들끼리 싸움이 일어났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해지고 두 학생은 교무실로 불려왔다.
수업 오다가다 얘기를 주워들어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나는 소리를 높이고 거만하게 사건에 대해 따지듯 얘기하는 학생이 피해잔 줄 알았다. 당연히 폭력의 피해를 당했으니 저렇게 소리를 높이는 것이리라.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게 당당하게 따지던 학생이 사실은 가해자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친구를 때리고도 아무런 반성의 여지없이 맞을 놈이 맞았다는 식으로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고 까짓 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벌주면 학교 때려치우고 검정고시 보면 그만이니 알아서 처분하든지 말든지 선생 맘대로 해라는 식이었다.
아직도 21세기의 학생들에게 적응을 못한 나를 비롯한 여러 교사들은 뒤통수 한 대 맞은 표정으로 혀만 끌끌 찼는데 더 압권은 이 가해자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왔을 때였다. 그 부친, 학교에 들어서면서 첫마디가 뭔 이깟 정도 싸움에 바쁜 사람 이리오라 저리오라 부르냐는 것이었다.
자기 자식 얘기를 들어보니 맞을 놈이 맞았고 애들이 학교에서 싸울 수도 있지. 그리고 자기애는 절대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할 수 없단다.
학교에서 자꾸 폭력 어쩌고 하면 이 놈의 학교 확 때려치우게 하고 검정고시 보면 그만이라고 자식과 똑같은 얘기를 했다.
아, 부전자전의 현장을 보는 느낌이란. 그 아이가 그렇게 폭력에 당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부모가 저렇게 학교폭력에 대해 기고만장하고 맞을 놈은 맞아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으니 그 자녀가 누구를 닮겠는가.
학교에 있다 보면 소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문제 부모 뒤에 문제 학생이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때때로 실감하지만 그렇게 구구절절 학생과 학부모가 쓰는 단어까지 같은 것을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나를 비롯한 소심한 새 가슴 교사들은 우리끼리만 은밀히 쑥덕거릴 뿐 아무도 그 기세에 맞설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가 한 마디 하면 그 말을 빌미삼아 걸고 넘어져 무언가 건수를 올려 이참에 같이 옭아매겠다는 기세로 덤비는 사람에게 감히, 감히 누가 맞서겠는가. 지금 건드리면 바로 시한폭탄을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우리는 번개 같이 눈치챘으므로 소신 있게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도 이럴 때는 매우 소신 있는 편이다.
집에서 부모가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 안 된다라고 자녀에게 가르치고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면 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겠는가.
그런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은 학생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교 폭력에 가담하겠는가. 학생의 폭력, 그것은 그와 가장 가까이 사는 부모의 교육의 부재, 즉 근자지소행 탓이다.
이 말은 무슨 물건이 없어지거나 그럴 때 주로 쓰는 말이지만 폭력 상황에서 학생이 가진 폭력적인 사고는 그 부모가 무언중에 묵인한 폭력에 대한 사고방식의 발로일 수 있으므로 자기 자녀의 건전한 사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부정적이고 잘못된 사고형성에 기여하는 부모에 대해 근자지소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리 잘못된 표현이 아니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