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당뇨병 발생률이 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당뇨병 발생률이 준다
  • 거제신문
  • 승인 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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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칼럼위원

▲ 이충원 거제백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지난 8월에 영국의 연구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직장에 출퇴근하면 당뇨병 발생이 준다는 발표를 했다.

영국 전국민을 대상으로 20,458명을 조사하였는데 69%가 개인 승용차를 사용하였고 대중교통, 걷기, 자전거타기 등으로 출퇴근한 사람은 각각 16%, 12%, 3%였다.

개인승용차로 출퇴근 한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18%, 비만 위험이 11% 더 낮았으며, 걸어서 출퇴근한 사람은 당뇨병이 40%, 비만이 20%, 고혈압 위험이 17%나 더 낮았다.

가장 질병 위험이 낮은 사람들은 자출족인데 당뇨병 발생 위험이 무려 50%, 비만 위험 31%, 고혈압 위험이 24%나 줄었다.

그래서 연구자들의 결론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따로 시간 내어 운동할 필요 없이 일상생활에서 되도록이면 많이 움직이도록 하고, 한 예로 출퇴근을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로 하고 그게 안되면 최소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권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나 정부가 시민들이 출퇴근에 걷거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맞게 구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개인적으로 자출족이 되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출퇴근 시, 특히 퇴근 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적극 권하고 싶다. 진료실에서 상담을 해 보면 수검자들 중 상당수가 허리둘레 증가 시점을 승용차 운전을 시작한 후로 든다.

농촌의 중노년 남자에서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많아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물어보면 십중팔구 오토바이와 트랙터가 문제였다.

한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오히려 13% 더 증가한다는 것이다. 당뇨병과 비만 발생률은 떨어지는데 고혈압은 증가한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대중교통 이용 시 받을 스트레스이다.

버스든 전철이든 좁은 공간에 서로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으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는 서양과 다르다. 우리는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밀집한 공간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 어떤 결과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이쯤에서 이번엔 대중교통과 관련한 의학 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거제에 처음 와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대중교통의 부재였다. 직장과 숙소가 있는 아파트 단지를 오고 가려니 버스가 잘 보이질 않아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 가만히 살펴보니 유난히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많고 출퇴근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은 회사버스, 아파트버스 뿐이었다.

그래서 승용차가 없는 날에는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저녁에는 간혹 걸어서 퇴근하기도 했지만 가로수 없는 황량한 거리는 보행자를 위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택시를 타려니 택시가 잘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날씨라도 궂은 날이면 더욱 심했다.

곧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번번이 차 미터기의 금액과 받는 거스럼 돈이 달라 한번은 물어보았더니 콜비란 걸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콜비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시간 예약은 안 된다는 점이었다. 비라도 오면 콜마저도 어려워 진다.

진료실에서 수검자 중 우연히 택시운전을 하시는 기사분을 만나 잠시 불편한 점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열변을 토하는 기사분 말씀을 들어보니 인간사가 그러하듯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주민들이 밥벌이를 위한 직장에 출퇴근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면 그 시는 공공조직으로써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것도 산속 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지 아파트인데 말이다.

따로 시간 내어 운동할 필요 없이 출퇴근 시 걷는 것만으로 당뇨병이 40%나 줄고 비만과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준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영국 논문에서도 지적했듯이 공공행정가들은 주민의 건강을 위하여 걸어 출퇴근하거나 적어도 버스와 같은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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