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릴 때(1960년대) 살던 함안 칠원이라는 시골마을은 일곱가구 뿐이었지만 아이들로 부글부글 했다. 보통 한 집에 6∼7명은 됐다. 그래서 아이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단출하다' 는 말을 들었다.
그 이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한참 유행하더니 보통 나와 비슷한 연령대는 결혼하여 그 시책에 맞게 아이 둘을 두었고 이후 셋째 늦둥이를 갖는 유행도 잠깐 있다가, 자녀 한명이 대세이더니 그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결혼이 '필수'라는 전통의식은 사라지고 이제는 '선택'이 되어서 결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고 결혼 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한다.
남녀 두 명이 모두 결혼한다는 가정을 하면 두 명을 낳아야 산술적으로 인구가 유지된다. 그런데 결혼도 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결혼한 사람도 아이를 낳지 않으니 그 결과는 뻔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발전이나 노인 복지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물론 경제가 여태까지처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 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 복지도 다른 대책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를 한명 낳아서 기르는데 대한 비용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장려금은 그야말로 '세발의 피'라고 할 것이다.
한국의 자녀 양육에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에 기여한 한국의 그 막강한 '교육열'이 이제는 하나의 부작용을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그리고 그 이후 결혼과 그들의 출산 육아까지도 부모가 책임을 진다. 어마어마한 비용과 부담이다.
뒤에서부터 보자, 자녀가 성년인 20세가 되면(이제는 민법이 바뀌어 19세가 되면) 부모는 그 지원을 끊어야 하고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
오래 전, 호주에서 온 영어 강사와 친구로 지낸 적이 있는데 그가 아버지에게 며칠 내에 100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고민 하는 걸 보고 내가 물었다.
"아버지가 부자인데 좀 천천히 갚아도 되지 않느냐?" 그는 "꼭 갚아야 한다"고 했고 나는 어리둥절 했다. 그는 아무리 부모자식 관계라고 하더라도 돈 문제는 엄격하다고 하며 '한국의 청년들은 어린 아이와 같다.' 모든 것을 부모에 의존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충격이었지만 그 이후 곰곰 생각해보니 참으로 지당한 말이었다.
경제적 의존 관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손으로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고 모든 중요한 결정은 자신이 직접 하여야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있다. 나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경제적 정신적 의존관계가 계속 된다면 자녀의 독립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정을 끊어주는 것이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길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 자녀가 청소년이 되면 이제 어른이 되기 위하여 새로운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부모의 말도 듣지 않고 반항하기도 한다. 부모는 이때 그냥 지켜봐 주어야 한다. 자녀가 절도·살인·사기·성범죄 등 특별히 범죄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너그럽게 보아주면 된다. 자녀가 변했다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 이전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은 어떠한가. 자녀는 부모를 닮는다고 하니 최고의 교육은 부모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가 행복하게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다. 억지로 학원에 몇 개씩 보내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부모가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면서 직업에 충실하고 독서나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을 열심히 한다면 자녀는 자연히 이를 따라 하게 되고 자신의 소질과 취미를 살려 나갈 수 있다. 그 전 자녀가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어떠한가? 3살까지는 어머니가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할머니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어머니가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 최선이다.
이와 같이 자녀 교육이란 어느 교육자가 말했듯이 '자녀가 자신의 배를 타고 떠나갈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것인데 한국의 부모는 '그 배에 올라타서 같이 간다'는 것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건 세계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방법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을 끊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