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와 균형행정의 갈등구조를 해소해야
살림살이와 균형행정의 갈등구조를 해소해야
  • 거제신문
  • 승인 20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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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당사자가 아니어서 실감은 없지만 아마 통찰력을 가진 한 정치인이 지방행정을 맡으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빚만 잔뜩 늘어 난 도정형편이었을 것이다.

수조원의 예산을 들인 도로유지가 적자투정이고, 의료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서민복지가 아닌 소수노조 복지의 굴레에 갇혀 기형적인 빚을 늘리고 있던 때였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지닌 구조적인 모순과 부실운영의 악순환은 자립도는 물론 그 근본 가치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고, 아직도 균형행정의 지혜를 찾지 못한 지역에서는 분수를 벗어 난 낭비성 행사나 사업에 적잖은 갈등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여론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자신이 속한 정당과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료원을 걸어 잠그고 신구 사업에 대한 예산 요청을 차단했다.

빚은 얻기 쉽지만 갚기가 어려운 것이어서 2조원에 가까운 빚을 청산하는 일이 그리 쉽지도 않지만 불요불급한 부지를 처분하고 낭비성 사업을 제대로 점검만 한다면 전임자들이 떠벌려 놓은 치다꺼리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했다. 개인의 살림살이도 분수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살림살이도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 곧 균형행정의 근본이다.

앞으로 그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선거를 통해 운영권을 가진 단체장들이 펼치는 살림살이의 정도와 분수를 평가하는 시민의 힘이 절대로 필요한 시점이다.

한 가정의 가운이 그렇고, 지역 공동체의 명운이 그렇고, 나라살림과 국운이 걸린 살림살이를 두고 당장의 빚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방관하거나 외면하면 그 화살이 곧 되 돌아온다. 비싼 이자에 혈세를 다 충당해야 하고 날로 늘어나는 복지와 절실한 사업들은 무산되어야 한다.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나 문화예술의 각종 행사나 조형시설들이 오감을 자극하고 욕망을 충족시키는 에너지가 되지만 의식주의 근간을 넘어설 수는 없는데도 스포츠제전 하나 유치하겠다고 수조원의 빚을 마다 않는 단체장이 지금도 설쳐대고 있다.

무엇을 기념하고 가치를 보존하거나 레포츠나 문화 사업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공적인 예산이 부족하다면 지혜를 짜내어 민자 사업으로 돌리거나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본연의 가치와 존재감을 가지면 되는 일을 무턱대고 남의 살림을 곁눈질하면서 크고 뛰어나야 제격이라는 망상을 버리지 못하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미래는 우려스럽다.

이미 고철이 되어버린 군선을 예전 그대로 모양과 규격으로 비좁은 항구에 들여오겠다고 설치는 공직자들에게 좀 작고 가치 있는 기념관의 실속을 권하는 실무자들이 없었다는 말인가. 그 사업예산 성사나 결과를 떠나 지역의 전체적인 환경조화나 시민정서의 비중을 안중에도 없이 이벤트 식 한탕주의로 무슨 대형 사업을 벌이고 보자는 발상 앞에는 어이가 없다.

지금껏 우리 지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역 행정단체들이 그런 발상으로 호화 청사를 함부로 짓거나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들을 떠벌려 왔다. 열리는 과실은 뻔한데도 그걸 따려는 사다리를 첨단 대형 사다리로 들이대려는 형국이다.

어떤 이는 지금 제 곁의 이웃이 작은 고통 속에 신음해도 외면하는 판에 값비싼 비행기를 타고 먼 외지로 가서 이벤트 식 봉사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걸 칭찬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물론 그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나름대로의 대답이 다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공동체의 대의는 굳이 묻고 답하지 않아도 아는 합의와 명분이 있고, 일의 선후가 있으며, 개개인과 마찬가지의 분수와 정도가 있다. 이걸 어기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한번 헝클어진 실타래는 풀기가 만만찮다.

지금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얽힌 지방자치살림의 실타래는 누군가가 풀어야 하고 그 주체는 외국인도, 정부도 아니다. 결자해지의 순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우리의 살림은 우리 스스로가 꾸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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