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결혼 이민 여성…'박하나'로 개명

다문화 결혼 이민 여성들이 지난 4일 다문화가정 친정부모 초정행사를 통해 결혼 후 처음으로 그리운 부모님의 얼굴을 뵙게 됐다.
거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삼성중공업(주)거제조선소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모국을 방문하지 못한 다문화 13가정의 친정 부모님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떨어져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다문화 13가정 가운데 6년 전 국제결혼을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 온 박하나(응오쭉응옥·26)씨를 만나봤다.
열아홉의 성숙했던 소녀 박하나 씨는 한국으로 시집 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국제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 열풍으로 즐겨보던 한국드라마에서 비춰진 한국남자에 대한 자상하고 친절한 이미지도 한몫했다.
그때 '자신의 운명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렇게 한국으로 시집와 딸 정세경(6) 양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민 지도 어언 6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응오쭉응옥'이라는 자신의 본명을 한국 사람들이 부르기 편하게 '박하나'로 개명하고 한국생활에 열심히 적응해 지금은 마치 한국사람인 것처럼 한국어를 구사하며 완벽히 정착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현재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차별의 잔재와 시선들 그리고 친구 하나 없는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그녀를 괴롭혔다. 다행스럽게도 한 동네에 사는 베트남 국적의 이웃을 만나게 된 뒤 그 이웃의 소개로 다문화가정센터를 알게 됐다.

그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사회적 진출을 모색할 수 있게 돼 국산초등학교 급식소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 지금은 하청의 굴 수출 공장에서 일 하고 있다.
한국생활에 대해 박 씨는 "지금은 동네 친구들을 많이 사겨 '모르면 물어보라'며 발 벗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어 한국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함께 베트남 음식도 요리해먹고 같이 공부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시어머니도 너무 잘해주셔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웃으며 답했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뵙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뒤 2년 만에 아버지를 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몇 달 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고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가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로도 명절이 다가올 때 마다 혼자 계신 아버지를 찾아뵙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아버지의 한국방문은 평생 기억될 추억이 됐다. 박 씨의 아버지 노반빤(64) 씨는 딸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볼 수 있게 해줘 고맙고, 직접 와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니 안심이 된다. 내가 돌아가더라도 앞으로도 엄마로써 아내로써 며느리로써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박 씨는 붉은 눈시울로 아버지의 말씀을 경청했다.
박 씨는 "평소 전화상으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이번에 아버지가 거제에 오셨는데 고혈압으로 링거를 맞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항상 옆에서 간호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안하다. 베트남으로 돌아가셔도 부디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머나먼 나라 한국에서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효녀 박하나 씨. 그를 보고 있자니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