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감사하며…
한글에 감사하며…
  • 거제신문
  • 승인 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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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우리는 너무 익숙한 것에 대하여는 감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누군가 말했듯이 '정말 귀중한 것에는 값이 없다'. 즉 값이 0일 수도 있고 무한대일 수도 있다는 뜻이니 공기, 물, 태양….

잠시라도 없으면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인데 오히려 우리는 이들을 공짜로 즐기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가치 있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사람에게는 바로 한글이다.

요즈음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새삼 그 우수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을 보라,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들이 문자로 인하여 얼마나 힘든지를, 중국의 경우 한자에다가 병음 표시라는 로마자를 같이 쓰고 다시 성조까지도 표시하여야 한다. 한글을 쓰는 것보다 2-3배의 노력이 필요하고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화하기가 무척 힘들다.

조선 4대 임금 세종은 1446년 우리의 말이 중국 문자와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일반 백성들을 위해 새로 문자를 만들었다고 선포했다. 일국의 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만들어 낸 일은 아마도 역사상 유래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마음 자세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당시 사용하던 한자는 지배계층의 문자였고 일반 백성은 사용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지금 중국에서 문맹률이 무척 높은 사정을 보면 이를 잘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한글이 없이 지금도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도 아주 적합한데 이는 그 과학적인 원리 때문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한글만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문자는 없다고 한다. 음성을 전자적으로 인식하는 음성 인식 시스템에서도 한글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한글이 고도의 음성학적 기반에서 이루어진 과학적 문자이기 때문에 그 음성을 포착하여 문자화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불과 30-40년 만에 세계 최선진국의 하나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도 한글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2003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비문맹율(Adult literacy rate)은 97.9% 라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말을 글자가 옮기기가 쉬워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누누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문자 한글의 특징을 몇 가지 보자.

1 한글 사용 인구수는 세계 12위인데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한자는 표의문자이므로 소리를 표현하기는 아주 어렵다. 예컨대 '맥도날드' 라고 우리는 비슷한 소리로 쓸 수 있지만 중국인은 '麦当劳'라고 쓰고 발음은 '마이땅라오'라고 한다. 비슷한 소리를 내는 글자를 사용하지만 실제 본토 발음과는 큰 차이가 난다. 다만 뜻글자이므로 그 뜻을 미루어 짐작하기에는 도움이 된다.  

2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11,000 (일만 천)개의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다. 일본어는 약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 여개에 불과하다.

3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인데, 음소문자란 쉽게 말해서 글자의 요소 하나 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말한다. 즉 'ㄱ' 이라는 음소와 'ㅏ' 라는 음소를 결합하여 '가' 라는 음절을 만든 것인데 이는 20세기에 와서 '소쉬르' 라는 언어학자가 제창한 개념으로 세종은 그 보다 500년쯤 앞서서 이를 포착하여 글자를 만든 것이니 그 우수성은 놀랄만하다.

알파벳도 물론 그런 요소가 있지만 자음 위주이고 모음 자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글처럼 음절 단위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4 한글은 천지인을 결합시켜 만든 과학 철학적인 글자이며 소리 내는 사람의 발음기관과 하늘·땅·사람을 결합시켜 만든 과학·철학적인 글자이다.

5 몇년 전 프랑스에서 세계 언어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 문자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하고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 이라고 한다.

유네스코에서는 한글을 소수민족의 언어로 사용하게 하여 말은 있되 이를 적을 글자가 없는 소수민족 언어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말을 한글로 쓰도록 함으로써 소수언어의 사멸을 막아 언어 다양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우수한 우리 문자 한글이지만 물론 단점이 없을 수 없으니, 이를 잘 가꾸고 다듬어 나가는 것은 우리들 후손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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