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과 바다, 계곡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웠던 동부면을 떠나면서 “참 좋은 분들도 많았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상에는 ‘폼생폼사’라는 말도 있고, 대접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중학교 K교장 선생님은 유달리 남달랐다. 전 교육장 경력을 비롯한 화려한 교육계의 경력을 가지신 분임에도 정년 2년여 기간을 앞두고 시골의 고향 중학교 교장으로 지원함이 처음에는 좀 아니다 싶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부임하자마자 ‘시민의 날’ 행사 때에도 기꺼이 동부면 선수단 입장대열의 맨 앞 줄에 서기를 고집하였고, 그때 말씀이 ‘저는 몸으로 부딪히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라고 겸손해 하심이 아무리 생각해도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장시간 땡볕에서 함께하고자 할 때부터 나는 이 분의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의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시골학교 기피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자처하시면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류학교로 만들어서 타지에서도 전학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항상 자신했다.
지금은 방과 후 수업이라든지 인조잔디구장 조성, 장학재단 설립 등을 위해 직접 뛰고 어려운 난맥들도 직접 다 해결하신다.
또 새벽시간이면 빠짐없이 송치골재까지 3㎞ 거리를 걸어서 남부면에서 오는 스쿨버스에 동승한다.
애들과 함께 애정을 쏟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또 지금은 전교생 100여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고 한다.
또 초등학교의 A여성 교장선생님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운동장 모퉁이와 학교 진입로에서 봄볕 더위도 아랑곳없이 잡풀을 뽑는 등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모습은 너무 좋은 기억들이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성 싶기 때문이다.
또 시골텃밭에서 재배한 상치와 고등어조림으로 식사 대접하기를 좋아하시는 어느 할머니의 순후한 인정도 너무 정겹고 잊을 수가 없다.
또 주민자치센터의 한글교실을 가득 메운 할머니 수강생들, 인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삶을 보면서 함께 웃고 울먹이던 시간들이 너무 귀했다.
이틈에서 나는 어느 책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인생공부를 많이 한 셈이다. 그리고 떠나오는 날에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아니냐?는 말만 하고 그냥 조용히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너무 좋으신 분들도 많았고, 특히 동부면의 지난 시간들은 너무 배울 게 많았다. 여러분 모두 존경합니다.
계실 때보다 떠난 자리가 유난히 커 보이는 성실의 표본인 친구님!
항상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믿고 그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