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년간 거제시금고를 취급할 주 금융기관으로 농협은행거제시지부가 지정됐다는 거제신문의 보도기사와 사설을 읽고 농협중앙회에 수 십 년 봉직하다 퇴임한 사람으로서 이와 관련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어떤 일을 오래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매너리즘 같은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노하우의 축적에 의한 노련미와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업무수행에 있어서 장점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금고업무 취급에 있어 작은 문제점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농협은행은 스스로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농협은행은 과거 금융조합과 농업은행을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그간의 공과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서 오랜 세월 묵묵히 거제발전에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농협은행은 주식회사는 아니지만 순수한 국내자본으로 운영되는 토종은행이다. 이런 배경 등으로 수익성보다는 농업인과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에 방점을 두고, 농협이라는 이름하에 전국 구석구석에 많은 점포를 두고 있다.
현재 거제시내에도 여러 금융기관이 있지만 시민이 접근하기 가장 편한 곳이 농협금융점포라 생각한다. 자세히 열거할 수는 없지만 농협중앙회는 직간접적으로 지역농협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이 거제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회적 공헌과 기여를 하면서 농업부문을 비롯하여 시와 협력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금고지정 심의 및 평가항목에 있어 계속 취급해 온 농협은행에 유리하게 돼있어 타 은행의 진입자체를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현재 거제시의 금융여건 등을 볼 때 약간 견강부회(牽强附會)한 표현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더구나 심의 및 평가항목은 거제시의 자체평가안이 아니라 정부기관인 안전행정부에서 지방재정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지침으로 정해서 시달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본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거제시 연간 예산이 5000억원이 넘고 평균예치액이 약 125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금융기관간 유치경쟁이 치열한 데다 지역협력사업기부금과 고금리로 예금이자를 주고 나면 0.3% 마진을 얻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안전하고 책임있는 금고자금 관리 및 시민편의를 위한 전산시스템개발과 첨단 금융기기 구입교체 등 인프라 구축과 인력운영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금융기관이 도깨비 방망이가 아님을 이해 바란다.
대한민국의 농협은 대부분 종합농협형태의 생산조합으로 금융업을 겸하고 있지만 농협설립의 목적인 농업인 권익증진과 농산물 유통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농업인도 피동적으로 수혜만 바라지 말고 협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거래교섭력을 높여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농협의 지배권이 조합원의 손에 있으니 조합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에도 신중을 기하여주기를 이 기회에 당부하고 싶다.
아무튼 앞으로 농협은행 거제시지부는 시금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그 위상에 걸 맞는 역할 수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