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게 또한 화재이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화재 시 화염으로 인하여 출입구가 차단되었을 경우 긴급하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비상구다. 그래서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이토록 중요한 '생명의 문'이 제 역할과 용도로 쓰이지 못한 체 그 의미가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끔찍하고도 참담한 결과를 낳았던 지난 1999년 10월 인천호프집 화재사고(사망52명, 부상71명)와 2002년 1월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사고(사망15명), 작년 5월 부산서면노래방 화재사고(사망9)에 이르기 까지 모두 '비상구 폐쇄'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이유에서 소방당국은 비상구 불법폐쇄행위를 근절하고자 끊임없는 점검과 지도를 해왔으며 매스컴을 이용한 홍보는 물론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업주들은 비상구의 중요성에 대하여 안이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업규모 상 소방안전 관리자가 부재하거나 자체정기점검이나 단속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의 서민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다중업소(유흥, 단란 등)의 경우, 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상구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규범조차 숙지하고 있지 못한 업주들이 대다수이다.
그렇기에 소방당국은 영업주 및 건물 관계자들이 비상구의 중요성을 하루 빨리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및 점검을 실시할 것이며, 계속해서 비상구를 불법으로 폐쇄하거나 비상구 주변에 물건을 적치하는 일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할 것이다.
재난은 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여길 때 사실은 가장 나의 가까운 곳에서 위험을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설마 나는 아니겠지'하는 안이한 태도는 비단 업주나 건물주들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친 문제일 수 있다. 이미 늦어버리기 전에 바로 내 가까이에 있는 비상구부터 안전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돌아 볼 여유를 갖는다면, 서로가 각자 모두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주는 따듯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