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야, 양파 좀 더 넣어라. 된장도 좀 풀고…."
"무 바라(먹어 봐)."
오전 10시를 향해가는 지난 16일 장승포동주민센터 앞 뜰.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뜰 위로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0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국수 꼬치 어묵 해물전 호박죽 순대 등 모두 5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채 천막을 친 주방이 있다.
주방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아주머니들이 파나 양배추 등을 썬다고 바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옆 지심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던 남자 둘이 다가섰다.
"무슨 행사가 있으십니까?"
"거기 아이고(그게 아니라) 소년소녀가장돕기 자선행사 할라꼬(하려고) 음식 준비하는 깁니다(겁니다)."
순대 한 접시를 받아든 일행은 값을 치르고 한쪽 테이블에 가서 음식을 먹다가 지심도행 출발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자리를 떴다.
이날 행사는 장승포동 5개 자생단체가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5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장승포동 자생단체 바자회'다. 모두 5개 단체가 참여키로 했지만 민방위가 사정이 있어서 빠져 자연보호협의회, 바르게살기, 적십자, 새마을 등 4개 단체가 참여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계획된 이날 행사는 장승포동자연보호협의회 김경진 회장이 각 자생단체별 따로 열리던 자선행사를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해 열렸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하자는데 모든 단체들이 뜻을 같이하면서 실현됐다. '활기찬 경제·행복한 시민·미래성장 거제'라는 슬로건이 붙은 장승포동주민센터 건물 앞 마당에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야외행사가 잘 진행되라고 날씨도 화창했다.
"형편이 어려워 움츠리고 있는 5명의 청소년을 미래의 주역으로 밝게 클 수 있도록 수면(사회) 위로 이끌어 내자. 각 단체가 연계해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각자 1명씩 담당해 청소도 해주고 김치도 담그주면서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김경진 회장은 행사의 취지를 미래세대에 맞추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르신들에게 소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행사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그들의 취지를 잘 알고 지역 주민들도 적극 협조했다.
행사를 위해 발행된 티켓 500장이 모두 팔린데서 알 수 있다. 이날 마당쇠를 자처한 김경진 회장은 손님들을 받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나면서 한마디 툭 던졌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 멀리 보면서 미래세대를 생각하자. 다양함이 하나로 뭉치면 반드시 잘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오늘의 행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