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놀음’은 영어의 게임(game)이고, ‘노름’은 영어의 갬블(gamble) 곧, 도박(賭博)이다. 도박은 우연성과 스릴이 사람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탓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든지 행해지는 놀이다.
《삼국사기》에 백제 개로왕(蓋鹵王)이 바둑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고구려의 간첩승(間諜僧) 도림(道琳)이 접근하여 바둑을 두느라 왕이 국사를 돌보지 않게 만들어 나라를 망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노름은 신라 때 당(唐)으로부터 들어온 투호(投壺), 상희(象戱:장기의 전신), 조선 숙종 때 장현(張炫)이 청나라에서 들어온 투전(鬪?)을 비롯하여 쌍육(雙六), 화투(花鬪), 골패(骨牌), 마작(麻雀) 윷놀이 등이 있다. 이들을 통칭해서 내기, 노름, 박희(博戱) 등으로 불린다.
그중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투전이다. 영조 때에는 투전이 너무 성행하여 법으로 막은 적이 있다. 그러나 초상집에서 판을 벌리면 어지간하면 눈감아 준 탓에 초상이 나면 꾼들이 모여들어 도박 장소로 활용했다.
송사(宋史)에 도박 중에 제일 큰판을 고주(孤注)라 했는데, 이는 돈 전부를 걸어 한판 승부를 거는 것을 말한다. 이기면 큰 이익을 보지만 지면 무일푼이 되는 극히 위험한 내기다.
우리말의 욕설 중에 ‘X팔’의 어원배경으로 노름꾼이 노름하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자기 아내를 저당 잡히고 돈을 꾸게 되는 데 이를 두고 ‘마누라 X 팔아 노름하는 놈’이라고 지칭하면서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름빚 때문에 자기 마누라를 넘겨주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잘 나가가는 방송인 이수근씨와 탁재훈씨를 비롯해서 여러 연예인들이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 찰스 램이 ‘인간은 도박을 하는 동물이다.’고 하긴 했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인들의 도박사건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