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힘이 들 때
관계가 힘이 들 때
  • 거제신문
  • 승인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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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수 칼럼위원

▲ 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몇일 전 거제시민자치대학에서 정호승 시인의 특강을 들었다. 시인들은 어떤 말을 사용하고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까 궁금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주제로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정호승 시인의 화두는 '사랑'이다. 시인은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는 헨리 나우엘의 '탕자의 귀향'이라는 책에서 감동받은 구절을 인용하며,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임을 강조했다.

인생은 사람의 마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고 살아서 시작하는 여행과 죽어서 시작되는 두 가지 여행을 이야기 하면서 대표시인 '여행' '풍경달다' '이별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설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은 '사랑' '용서'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관계가 힘든 누군가에게 한 가지라도 먼저 용서하면 열 가지 이상의 용서를 되돌려 받게 된다는 말은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미움과 증오도 수용해야한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한다.

강의하는 동안 부드러운 물결처럼 은은한 말들이 마음속으로 흘러 다녔다. 저토록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 시인의 영혼은 얼마나 맑을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관계 맺기를 하고 산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부터 직장 상사와 동료·연인·친척들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좋고 나쁨을 반복 경험하면서 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항상 좋기만 한 관계라면 얼마나 행복한 일상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계에서 밀려나고 어그러지고 갈등 속에 매일 관계하게 만드는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얼마나 힘든 하루의 연속일까? 시인의 말에 의하면 사랑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가 힘이 든다고 한다.

어차피 사랑도 불평등과 불공평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싶다가도 불편한 관계 속에 오고 가는 한마디 말이 종일 힘들게 하는 때가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편한 관계를 가장 빠르고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사랑' 과 '용서'라는 데는 백 번 동의한다.

그런데 그 사랑과 용서라는 것이 방법론에서부터 애매하기도 하고 시작점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절묘한 기술 첫 번째는 '진심이 담긴 말'이다.

요즘 TV나 SNS 속을 들여다 보면 근본이 모호하고 뜻을 헤아리기 힘든 거친 말들이 많아 안타깝다. 모진 욕설의 독소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는 아름다운 영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좋은 말로 충분히 다룰 수 있음을 실천하고 있다. 즉, 상대를 처음 볼 때 눈에 보이는 장점을 먼저 찾아 일러준다. 그것도 그냥 '눈이 참 매력적이다', '글씨가 참 예쁘다'라는 투가 아니라 '너는 글씨도 참 예쁘네', '너는 음식솜씨도 참 좋네'라고 한다.

장점을 발견하고 일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발견한 그 장점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도 ~하네'라고 말하면서 다른 좋은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글씨도 예쁘게 잘 쓰지만 다른 장점도 많다는 뜻이 되니 한 가지 장점을 말하면서도 몇 가지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물론 과하게 자주 사용하다 보면 말의 진실성을 의심받게 되겠지만 관계의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말은 그 사람의 속을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정호승 시인의 말은 해금강 수면 위의 수없이 번뜩거리는 은비늘위에 바다비오리새가 한가하게 노니는 것처럼 편안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말에는 그 사람 자신의 살아 움직이는 정신, 계산되지 않은 마음, 싱싱한 눈빛을 먼저 지니지 않으면 듣는 사람도 결코 편안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좋은 말의 바탕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랑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말에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말씨 하나에 영혼을 일깨우는 어떠한 힘이 있다.

시인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음악 같은 음률의 속삭임은 시냇물로 마음을 씻겨 주기도 한다.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는 연말이다. 여전히 어떤 말들은 관계를 어그러지게 하고 상대방을 힘이 들게 할 것이다.

참 말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다고 입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고 첫 번째 방법으로 시냇물 같은 좋은 말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관계가 많은 거제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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