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큐트(Cute)하다
나는 큐트(Cute)하다
  • 거제신문
  • 승인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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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 교수인 서민 교수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떠드는데, 인터넷에 있는 그의 사진을 보면 그가 그렇게 거국적으로 못생겼다고 떠드는 것에 비해 그리 보기 싫게 못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소 배신감을 느낀다. 이 정도 얼굴이 못생긴 얼굴이면 진짜 못생긴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그는 키가 작거나 뚱뚱하지는 않지 않은가. 나를 비롯하여 난장이똥자루 몸매를 한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자신을 못생긴 사람으로 취급하고 비하하는 서민 교수의 눈에는 우리가 어떤 인간으로 보일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는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는 눈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스스로 못생겼다는 서민 교수의 사진을 보면서 이 인간이 진짜 못생긴 사람을 못 봤군 그래, 하면서 악플 하나 달려다 만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여자들이 굉장히 외모나 몸매에 민감하다는 것을 안 것은 내 나이 사십이 넘어서였다. 그 전까지 나는 막연히 내가 키가 작고 통통한 여자이지 한번도 내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아니 한가하게 거울을 보면서 나를 감상하고 내 자신의 외모를 정의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외모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것이나 천만다행으로 나는 외모 콤플렉스가 없다. 서민 교수처럼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을 하지도 않았고 외모 때문에 고민하거나 외모를 커버하기 위해 다이어트나 마사지를 받은 적도 없다.

언젠가 주변의 사람이 왜 그렇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용감하냐, 혹은 너무 과도한 자신감이지 않냐고 묻는 이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 이런 대답을 해 준 것으로 기억한다.

'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 성경 누가복음에 있는 말씀이다. 언젠가 이 말씀을 접한 후로 나는 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더 당당해졌다. 내 키가 작은 것은 내가 선택한 사항이 아니고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나를 괴롭히는 것은 상당히 비생산적인 일이라 여겼기 때문.

하지만 섬세한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같은 일을 해도, 아니 수 십 배로 더 열심히 일해도 일 안하고 노는 예쁜 여자가 상사로부터 더 관심을 받고 인정을 받는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런 상사를 만날 때면 좀 짜증이 나지만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일을 할 뿐이고. 찌질한 그들이 그렇게 보겠다는데 그 시야를 바꿔줄 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뼈는 모두 206개로 이루어져있다. 그 뼈의 구조와 골격이 어떤가에 따라 미모의 상당부분이 달려있는 것인데 불행히도 우리는 사람을 보면서 얼굴뼈나 골격을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영향을 받은 환경이나 각자가 가진 미에 대한 기준에 따라 미인과 미인이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데, 요즘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미인에 대한 기준이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아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익숙한 얼굴의 여성을 미인의 표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 미인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자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성형을 한다. 요즘 아름답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한결같이 비슷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한 틀에서 찍어 낸 것 같은 얼굴들이다.

IT 기술이 세계 첨단을 달리고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인 국가에서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최고의 기준이 되고 남자들이 여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1번도 외모, 2번도 외모다. 유사 이래로 가장 활발한 인류학 연구가 이루어지고 인간 DNA의 비밀까지 풀어낸 이 마당에 원시적인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해가 되는가.

무언가 잘못되어도 상당히 잘못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 시니컬한 어머니 말마따나 다 먹고 살만해지고 배가 불러서 지랄하는 현상이 아닐까. 이 시점에서 미인의 틀과는 확연히 다른 판에서 찍어낸 얼굴을 가진 나는 예쁜 여자의 틀에 얼굴을 다시 찍어 미인 대열에 합류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서양 친구들과 인간의식과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면에 외모를 밝히는 원시적 추세가 만연하는 것에 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한국인 치고 못생긴 편이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위로하는 말이 "너는 큐트하잖아" 했다.

아, 그 순간 나는 나의 컨셉을 큐트로 정했다. 예쁘지는 않지만 작고 귀엽다는 것. 이 나이에 그 말을 적용하면 욕먹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봐 주는 인간들이 있으니 그렇게 정하기로 했다. 그러니 앞으로 다들 나를 보면 큐트 하다고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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