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 뭐해요?” “이게 뭔가 보고 있시유.” “웬 내숭은, 시골에서는 그것도 안하고 사나요?” “허긴 혀도 이렇게 껍데기 까질 때 까정은 안해유, 시상에 서울사람들은 하는 것도 다르네요.”
1990년 개봉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코믹한 장면이 나온다. 그때만 해도 콘돔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을 때였다. 박중훈이 마스크를 쓰고 약국에 들어와 중얼거린다. “저어기, 콘, 콘….” 약사가 묻는다. “콘택600 드려요?” 박중훈은 계속 ‘콘’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약사가 다시 묻는다. “콘택트렌즈요?” 박중훈은 결국 ‘콘돔’이라는 말을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소리 지른다. “콘돔 하나 주세요.”
콘돔이라는 말은 18세기 영국의 찰스 2세 때 의사 콘턴이 성병예방을 목적으로 고안했다고 하나 이미 16∼17세기에 사용하고 있었던 물건이다. 지금은 매우 얇고 탄력 있는 고무나 라텍스(latex)로 만들지만, 초기에는 동물창자나 생선막으로 만들어 착용이 불편하고 심리적 느낌이 좋지 않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성병예방보다 피임용구의 하나로 일반화 되었는데, 전에 비해 품질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피임 실패율이 7.5∼28.3%에 이른다. 실패원인은 주로 사정 후 음경이 축소되면서 그 사이로 정액이 누출되거나, 음경으로부터 발거(拔去:빼내어 뽑아 냄)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으로 정확한 사용법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재단에서는 차세대 콘돔 지원 사업에 적극적이다. 얼마 전 사람 피부 조직과 비슷한 소의 힘줄로 만들어 착용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소 힘줄 콘돔’을 비롯하여 11개의 당선작을 선정하여 각각 10만 달러씩 지원했다고 재단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