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문화
김장문화
  • 거제신문
  • 승인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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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주머니와 의논해서 값을 덜 들이고 많이 담그는 재주나, 날씨와 의논해서 시지 않게 알맞은 맛을 내는 재주는, 물론 숙련도 필요하겠고 재주도 관계가 있겠지만 이론만 가지고는 안되는 묘리(妙理)가 있다. 김장이 반양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네 과동(過冬)의 필수품이고 보니 김장 잘 담그는 큰 아기가 시집가는데 유리한 것도 까닭이 있다’고 천관우(千寬宇)선생은 그의 수필 신세시기(新歲時記) 겨울 편에서 말하고 있다.

김치는 크게 보통김치와 김장김치로 나눈다. 보통김치는 저장이 목적이 아니지만, 김장김치는 엄동(嚴冬)에 먹을 채소의 저장방법으로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우리문화다. 김장김치는 5℃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익히고 저장해야 맛이 좋고 변질되지 않아 추운 지방에서는 입동(立冬) 전후가 적기고, 따뜻한 지방에서는 늦게는 동지 때까지 김장을 하기도 한다.

담그는 방법도 지역차가 있는데 기온이 낮은 북쪽지방에서는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리는 반면에, 남쪽에서는 날씨 탓에 비교적 짜게 담근다. 북쪽김치는 젓갈을 쓰지 않고 생동태나 생가자미를 고명에 섞어 쓰며 대체로 국물이 많다. 이에 비해 남쪽김치는 젓국을 넣어 김치가 지나치게 삭는 것을 막고, 찹쌀풀을 넣어 짙은 발효미(醱酵味)를 내고, 마늘과 고추를 많이 쓰며 굴이나 갈치 등을 고명에 섞으면서도 국물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김치를 지방에서는 대개 지(漬)라고 불렀고, 제사 때는 침채(沈菜)라 했고, 궁중에서는 젓국지, 짠지, 싱건지 등으로 분류해서 불렀다. 고추가 김치에 들어간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고 그 전에는 맨드라미꽃을 섞어 붉은색을 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김치’가 ‘김장문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상업화의 우려 때문에 피자. 스시 같은 특정음식 이름으로는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없는 까닭이다.

어쩌면 김치보다 김장문화가 더 한국적 운치와 전통이 살아 있는 것 같아 훨씬 친근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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