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산업고(경남 거제시 하청면소재)의 교사들로 구성된 밴드인 ‘서당패’의 아주 특별한 공연이 4년째 이어오고 있다. 2009년 10월에 조직된 이 직장인밴드는 조금 색다른 목적을 가지고 탄생됐다.
보통의 음악동호회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회원 간의 친목과 화합을 목적으로 시작하여 차츰 공연이나 봉사활동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통례다.
하지만 이 밴드는 처음부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진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목적에 충실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제법 탄탄한 심지를 가진 밴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고졸취업, 특히 특성화고의 취업 장려정책에 힘입어 특성화고교들이 상당히 활기가 차 있는 편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존감은 극도로 낮고 매사가 피동적이며 의욕이 낮아 학업성취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버거운 학생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매일 보며 지내는 교사들도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좋을 지 묘수가 있을 수 없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이들의 축복받은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안다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이들은 2009년 가을에 팀을 조직하고 겨울의 연습기간을 거쳐 다음 해 4월부터 공식적인 생일축하파티를 시작했다.
기타를 맡고 있는 김태두교사(사회)는 “대학시절에 익힌 허접한 기타실력이지만 이런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반가움으로 망설임없이 가입했습니다”라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교내의 빈 공간에 흡음제를 부착하고 작은 무대를 만들어 전용공연장으로 개조했으며 거제시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원받아 그럴듯한 음향시설과 조명을 세팅해 매 2주마다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 기간에 생일을 맞은 학생들을 초대하여 정성스럽게 축하파티를 해 주고 있다.
물론 이들이 주도하지만 학교전체의 행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든든하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과 학교의 공식적인 예산으로 선물을 주고 있으며 조리과에서는 케일이나 쿠키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의 특색사업으로 자리 잡은 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학교폭력예방우수사례로 선정되어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고 NHK에서는 한국의 이지메예방 우수사례로 취재하여 일본 전역에 방영할 정도로 이 행사의 가치는 인정받았다.
“서울의 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 같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주며 사랑을 줄 때, 아이들은 분명히 가까이 온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구요”라며 손정봉교사(체육, 기타)는 그 동안의 활동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제대로 악기를 만지지도 못하던 멤버들이 이젠 제법 옹골찬 소리를 내며 초대받은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교사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있는 한 우리 나라의 공교육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드럼을 맡고 있는 이승열교감은 “변변찮은 행사지만 우리들의 행사가 널리 알려져서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라며 인터뷰에 응한 뜻을 겸손하게 나타냈다.
점점 경쟁적이고 삭막해지기만 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아름다운 기부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들의 한결같은 바램일 것이기에 이들의 따뜻한 선행이 추운 겨울바람을 조금이라도 녹여주기를 바라며 그러하기에 또한 ‘서당패밴드’의 아름다운 기부 활동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