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용 들것 보다 작은 엘리베이터 때문에 산모 이동 문제 봉착, 과감한 결단으로 해결
지난 11일 밤 10시51분께. 연초119안전센터로 도 상황실의 긴급 지령서가 내려왔다. 셋째 아이 출산을 앞둔 산모가 자택에서 양수가 터진 긴박한 상황이 접수됐으니 최대한 빨리 출동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령서 내용 확인 후 곧바로 문성환(32) 소방사와 박용곤(36) 소방사가 구급차에 탑승했다. 목적지인 양정동 고려아파트는 연초119안전센터에서 5분 남짓 걸리는 거리. 아파트에 도착한 두 소방사는 분만세트 등 필요한 장비를 챙겨 14층으로 향했다.
아파트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니 벌써 아기는 엄마 배속에서 나온 상태였다. 예정일보다 20일 가량 빠른 출산이었다. 서둘러 아기의 코와 입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석션 작업을 했다. 다행히 제대로 숨을 쉬었다.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며 제대결찰(탯줄을 절단하기 전 겸자나 클립으로 막는 법)을 했다. 응급처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소방사 도착 직후 남편은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병원에 연락을 취한 뒤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있었다. 산모를 눕힌 상태로 옮기기에는 엘리베이터 크기가 너무 작았다. 구급용 들것을 펼칠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과감히 탯줄을 잘랐다.
흐르는 땀방울을 닦을 새도 없이 산모를 들것에 앉힌 채 구급차로 향했다. 이불로 감싼 새 생명도 구급차에 올랐다. 비상등과 사이렌을 켠 구급차가 병원으로 출발했다. 구급차 속도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병원에 도착해 산모와 아기를 옮겼다. 미리 연락을 해둔 터라 병원에서는 모든 일이 순식간에 끝났다.
119안전센터로 향하는 구급차 안. 적막한 공기를 뚫고 흥분과 안도의 숨소리가 흘렀다. 긴박했던 2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돌이켜보며 문성환 소방사가 말했다.
"이론상으로 대처법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을 겪으니 흥분되고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소방 공무원이 되기 전 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었지만 산부인과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아 걱정도 많이 됐고요. 그래도 박 소방사와 함께 모든 일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후송을 끝낸 뒤 1시간 뒤에 병원으로 전화해 확인하니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셋째 공주를 품에 안은 산모 A 씨는 "아이와 저를 무사히 병원으로 후송해 준 구급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