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소주
삼겹살과 소주
  • 거제신문
  • 승인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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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그 중에도 유독 족발과 삼겹살이 인기다. 그런데 이 부위가 외국에서는 고기 대접도 받지 못할 정도로 싼데 한국에서는 엄청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점에 깜짝 놀란다.

족발은 쫀득쫀득하고 야들야들한 맛이 일품이지만 특히 그 속에 피부를 탱글탱글하게 하는 콜라겐이 풍부해 여성들도 즐겨 먹는다. ‘족발’은 발을 뜻하는 한자 ‘족(足)’과 우리말 ‘발’이 겹쳐진 겹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다. 어원에 대해서는 두 쪽으로 나누어진 짐승의 발 모양 ‘쪽발’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사람들의 나막신 ‘게다’를 신고 있는 모양이 마치 ‘쪽발’을 닮았다하여 일본인을 비하는 말로도 쓰이는 단어이다.

회식자리 메뉴로 가장 만만한 것이 삼겹살이다. 불판 위에 누릇누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상추에 얹고 그 위에 마늘과 파 무침으로 쌈을 싸서 소주 한 잔 마시고 나서 양 볼을 씰룩거리며 먹는 맛이란 술꾼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다.

삼겹살은 비계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고급 구이요리에는 쓰이지 않는다. 중국만 하더라도 요리에 기름끼 많은 삼겹살이 많이 쓰는 것이 사실이다. 송나라 정치가이자 시인 소식(蘇軾)이 항저우(杭州) 태수로 부임하여 어진 정치에 감격한 백성이 돼지고기를 바치자 이를 푹 고아 백성과 나눠 먹었다는 동파육(東坡肉), 대표적인 중국 상하이요리인 홍소육(紅燒肉), 우리나라에서는 탕수육으로 알려진 당초육(糖醋肉) 등이 대표적이지만 이는 모두 서민음식일 뿐이다.

우리의 삼겹살은 탄광의 광부들이 막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비계가 많은 부위를 구어 먹은 것을 원조로 보고 있으며, 이후 모든 사람들이 즐겨 찾는 국민음식이 되어 1994년 국어사전에 하나의 낱말로 자리매김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것이 삼겹살에 소주다. 연말연시를 핑계 삼아 ‘삼겹살에 소주 한 병의 행복’을 느끼는 술꾼들의 미소가 따뜻해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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