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비만으로 부지 마련 및 건축에 턱없이 부족해 걱정

'맨발의 기봉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3년 KBS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홀어머니와 사는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엄기봉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천사처럼 해맑은 미소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던져 준 기봉 씨. 그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일은 달리기. 달릴 때도 얼굴엔 항상 미소가 가득한 그는 하늘에서 길을 잃고 잠시 우리 곁에 온 천사와 같았다.
기봉 씨처럼 우리들 곁에 머물고 있는 천사들이 집을 잃게 생겼다. 비가 새고 벽에는 금이 갔지만 가족들끼리 따뜻하게 생활하고 있는 보금자리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내줘야 할 처지다.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 소재 사회복지법인 작은예수회 고현공동체(원장 이윤우 수사). 우리들에게 '작은예수의집'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곳이 곧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시계획도로 중로1-12호선의 4차선 확장계획에 따라 작은예수의집이 부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도14호선 우회도로의 기능과 산업도로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확장되는 이 도로는 당장 공사가 진행되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보상협의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보상금만으로 새로 이전할 부지와 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체장애 2명과 지적장애 11명, 그리고 이윤우 원장과 직원 등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넓은 집이 필요하다.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작은예수의집은 대지면적 270평에 건평 140평. 여러 시설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도 건물이 좁다.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기준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작은예수의집에 대한 보상금으로 9억5000여만 원 정도가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상금으로 주변에 있는 지역으로 옮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거제시의 어느 지역으로 옮기더라도 작은예수의집 식구들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집 식구들이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건물만 200평 이상 돼야 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전용시설과 물리치료실, 재활프로그램실, 주방, 사무실, 자원봉사자들의 휴식공간 등 일반인들과는 다른 여러 시설들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목욕탕, 화장실 등도 일반인들보다 더 넓게 만들어야 생활에 불편이 없다.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할 대지규모만 1000여 평이다. 텃밭과 마당,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주차장 등 필요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거제시에서도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땅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유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 하에서는 거제시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어 보인다. 결국 주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작은예수의집 식구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국민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단지 이들이 조금 부족하고 느린 부분은 있지만 뭐든 할 수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윤우 원장은 작은예수의집 식구들이 거제시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한 곳에 부지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자원봉사자들, 특히 학생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원하고 있다. 거제시보건소를 이용할 일도 많아 보건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직 작은예수의집 식구들이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벽이 높지만 처음 시작했던 1996년 12월11일의 기적이 연출될 것으로 믿는다.
당시 갈 곳 없는 동원·동민 형제를 위해 경재옥 수녀가 발 벗고 나서면서 대우·삼성 등의 후원으로 작은예수의집이 탄생했던 기적을.
다시 한 번 그 기적이 재현돼 유난히 숫자를 잘 기억하는 형민이, 원년 멤버 성우, 또 작은예수의집을 탄생시킨 동원·동민 형제 등 모든 식구들이 편안히 쉴 수 있기를. 작은예수의집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