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교육현장 경험 담아"
"30년 교육현장 경험 담아"
  • 거제신문
  • 승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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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앞둔 박종훈 전 경남도 교육위원 인터뷰
경남교육 근본원인은 아이들과의 소통 부족…교육서비스 지원 위한 도교육청 혁신 절실

Q. '무릎을 굽히면 아이들이 보입니다'라는 책 제목에 담긴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면?
= 현재 경남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아이들이 천국에 갈 수 있는 이유는 맑고 선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을 받아주지 않는다. 주입식 교육의 분명한 한계다. 의문을 품지 않는 아이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란 만무하다. 글로벌한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넘어 마음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Q. 2014년 경남의 교실풍경 어떻게 보나
= 한마디로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벌이고 있다. 육지에서 잘 달리는 토끼와 바다에서 수영을 잘하는 거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달려서 이기기를 강요한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무너진 공교육, 모든 것이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성적만 좋으면 최고라는 생각이 창의성도 인성교육도 부재한 교실을 만들고 있다.
 
Q 학교폭력과 왕따·자살과 같은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지 못한 것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 영화 '파수꾼'을 보고 한동안 멍하게 지낸 적이 있다. 학교 폭력·왕따·자살 등 청소년 문제는 끊이지 않는데,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반성 한 적이 있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관심'이다.
 
Q. 교권을 위협하는 학생을 지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 창원 문성고등학교 교사 시절, 학생에게 몽둥이를 든 적이 있다. 학생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뒤늦게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임을 알았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규율을 만들고 지킬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니, 몰래 자율학습을 빼먹거나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과감히 아이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할 때 교권 또한 보장받을 수 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존중해야 하는 가치이다.
 
Q.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 넘을 수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사로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업무처리라고 말한다.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교사들의 수준을 높여야한다. 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잡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교수·학습지원 센터를 마련해 교사들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교사 개인의 능력과 헌신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Q. 책 곳곳에서 스웨덴 교육을 예로 많이 들었다
= 제일 부러운 것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이는 3자 모임이다. 학기 초와 학기 말에 한 번씩 모이는데, 학기 초 모임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한 학기 학습 목표를 정해 발표를 한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신의 과제를 말한다고 한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반대로 학기 말 모임에서는 목표에 따른 성과와 과제를 평가한다고 한다. 교육은 학교와 교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인식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 교육의 질을 높여가는 스웨덴의 교육환경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Q. 경남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남도교육청의 혁신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 경남도교육청의 존재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학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도교육청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를 지원하는 역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지역 교육청마다 교수-학습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교수 자료실, 학생 상담실, 장학 민원실을 둬야 한다. 교사에겐 체계적인 자료와 풍부한 아이디어를 교수 자료실을 통해 제공하고, 부모들에겐 대학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과는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학생·교사·학부모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경남도교육청이 돼야 한다.
 
Q. 교육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박종훈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라고. 단언컨대 교육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인 잣대로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사전적 의미로 '진보'가 정도나 수준이 차츰 향상해 나간다는 뜻이라면 교육은 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내일의 교육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진보냐, 보수냐 라는 이념적인 논쟁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이냐, 미래지향적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교사생활 20년, 교육위원 8년, 그리고 현재 사단법인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까지 30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책 한권에 담았다. 작은 생각이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경남교육의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 힘든 경남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한 줄이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쁨으로 여기겠다.

<경남지역 신문협회 공동취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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