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병문안
  • 거제신문
  • 승인 20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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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맏 남동생이 왔다 갔다
 내 몸으로
 피 한 방울 흘러들어왔다
 핏줄의 강이 길-다
 발자국이 크다
 그가 앉았다 간 자리에서
 오래오래
 혈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영춘: '월간문학' 등단(1976) / 시집 '시시포스의 돌' 등 / 윤동주문학상 수상 등

·시 읽기: 이영춘 시인은 1976년 한국문인협회 기관지인 월간문학에 신인작품상 '바다', '빛' 등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한 후 윤동주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고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이름 있는 시인으로, 이 시는 계간 《문장21》 21호에 발표된 시다.
 지금 화자는 병실에 누워 있다. 아픈 만큼 슬프고 외로운 일이 어디 있으랴. 병실에 누워 있으면 세상이 그립다. 그 그리움 속에 남동생이 병문안을 왔다. 시의 구조는 이렇게 단순하지만 시인은 시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한국인의 사고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핏줄이라는 당김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정(情)이라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남동생이 온 것만으로도 피가 흘러들어오는 생기가 주어진다. 피 한 방울이 핏줄의 강이 되고 발자국소리는 혈관 돌아가는 소리가 된다. 우리들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핏줄의 당김, 그 핏줄의 당김에 반항하지도 못하는 정서와 구조 속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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