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탈의실 안내문 새까만 '●'
女탈의실 안내문 새까만 '●'
  • 거제신문
  • 승인 201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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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결혼식이 있는 날은 온 동네가 들썩인다. 이날의 마무리는 밤이 이슥해지면 신혼방 훔쳐보기다. 동네 아낙들이 우르르 몰려와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방안을 훔쳐보는 재미에 빠진다. 익살스런 아낙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남의 첫날밤 훈수까지 둔다.

시어머니가 한번씩 밖에 나와 엿보고 있는 아줌마들을 쫓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쫓는 시늉일 뿐 이런 재미는 혼사의 후렴정도로 여기고 애교로 받아준다. 그러나 이런 실랑이도 방안에 촛불이 꺼지기 전까지이며 정작 불이 꺼지고 나면 조용히 물러날 줄 알았다.

유럽에는 피프 하우스(peep house)라는 관음증적 취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한 유흥업소가 있다. 여자들이 손님에게 직접 몸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주문에 따라 자신의 나체나 어떤 행동을 하면 남자는 구멍으로 훔쳐보는 것이다. 이때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볼 수가 없다.

관음증(觀淫症 voyeurism)은 타인의 나체, 성행위 등을 훔쳐보며 성적만족을 얻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넓은 의미로 보면 무대에서 행해지는 연극이나, TV, 영화, 사진, 패션 등의 예술적 행위도 엿보는 쾌감이라고 할 수 있다.

관음증은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군가를 훔쳐보는 재미는 대단히 자극적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몰카 촬영용 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탓에 호기심 많은 젊은이 뿐 아니라 점잖은 교수와 목사까지도 몰카를 찍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가방에 구멍을 내고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손목시계ㆍ안경ㆍ단추ㆍ반지ㆍ심지어 운동화 코부분에 카메라가 있어 여성의 치마 밑으로 발을 내밀어 은밀한 부분을 찍는다 해도 눈치 채기 어렵다.

얼마 전 부산 사하의 한 헬스장 여자 탈의실에 ‘옷장 사용에 관한 안내문’이 결렸는데 이 ‘옷장’이라는 옷의 ‘ㅇ’이 ‘●’처럼 새카맣게 칠해져 있었다. 알고 보니 헬스장 주인이 교묘하게도 거기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들통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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