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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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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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수

김윤수=《문장21》 시 등단,
부산일보 기자
부산매일신문 조사부차장 역임

꽃은 뿌리를 가진
식물에게만 피는 게 아니다.
시간의 때와 바람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사막을 닮아 가는 어깨
부황을 뜨자.
각혈하듯 통증의 꽃 터뜨린다.
나도 모르게 토해 낸 신음들이
돋을새김으로 꽃을 피운 게 분명하다.
여러 날 침의 과녁이?되고
고슴도치 아닌 고슴도치가 되어 봐도
꽃은 도도하게
물줄기를 강으로 돌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럴 때
손 지문 다 닳아 거칠어진 '어머니 약손
한번 스치기만 해도' 나을 것 같은데 어머니 생전 살갑게 어깨 주물러 드린 적 없는
부끄러운 손 내려 보며 가슴이 차올라
미열을 앓는다.
오열을 삼킨다.

●시 읽기: 계간 《문장21》 21호(2013, 여름)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부황 뜬 자국을 꽃에 비유하고 있다. 어깨의 심한 통증을 각혈하듯 통증의 꽃을 터뜨린다고 인식하면서 ‘나도 모르게 토해 낸 신음들이/ 돋을새김으로 꽃을 피운 게 분명하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꽃이 식물에만 피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핀다고 인식한다.

또한 시인은 어깨 통증 부위에 침을 맞을 때의 모습을 마치 ‘침의 과녁’과 ‘고슴도치’처럼 보인다고 인식한다. 늙음은 젊음의 강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과거에 어머니가 그랬듯 어깨에 통증이 찾아들었다.

시인은 이럴 때 지문이 다 닳아 거칠어진 '어머니 약손이 한번 스치기만 해도 나을 것'만 같은데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후회만 치밀어 오른다. 시인이 이 시에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라는 메시지를 담아 놓았음을 읽을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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