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
예쁜 홀씨 우표 붙여
'떨어져도 울지 말아요'
'쪼그라들어도 슬퍼 말아요'
해님이 미소를 짓는다.
노오란 가랑잎에
남아 있는 연필 자국
밤하늘 은하수 세며
잠든 누나 얼굴 같은
빨간 거기에 넣어 드릴게요
못 다 쓴 여름 이야기
·시 읽기: 계간 《문장21》 23호(2013, 겨울)에 실린 동시이다. 요즘은 SNS로 신속하게 소통하는 시대라서 빨간 우체통은 보기 드물다. 심지어 퇴물이 되었다. 지금의 시각에서 빨간 우체통은 소식의 표상이 아니라 기다림과 느림의 표상이다. 시인은 가을에 바스락거리는 노란 가랑잎을 보면서 엽서나 편지를 써서 우표 한 장 붙일 때 이는 설렘으로 치환해 놓았다. 가랑잎이 뒹구는 가을이 찾아들었건만, 밤하늘 은하수를 세며 잠이 든 누나의 얼굴 같은 못 다 쓴 여름 이야기를 써서 빨간 우체통에 넣어 드리겠다며 다짐한다. 여름의 초록과 싱그러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는 시인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 '못 다 쓴 여름 이야기'가 담긴 초록색 엽서 한 장이 이제 막 도착할 것만 같다. 이 시처럼 가슴 깊숙이 숨겨 놓은 해맑은 추억과 동심 하나를 끄집어내어 엽서 한 장 써서 빨간 우체통에 넣고 답장을 기다려 봄이 어떨까? (문학평론가 신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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