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으로 인한 성장 동력 상실 우려감 고조

◇대우조선 매각추진 주요 일정
대우조선해양(주)는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범했고 1978년 대우조선공업(주)로 설립됐다.
1993년 선박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으며 대한민국 최초로 전투 잠수함을 건조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이듬해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됐다.
대우조선은 1999년 전신인 대우중공업이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이듬해인 2000년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공업(주)와 대우종합기계로 분리됐다.
이후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각각 대우조선공업(주)와 대우종합기계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대우종합기계는 지난 2005년 두산그룹에 매각돼 현재 두산중공업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대우조선공업(주)는 워크아웃 신청 2년만인 지난 2001년 8월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고 2002년에 사명을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주)로 변경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주)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던 중 2008년 8월 매각공고를 냈으며 포스코와 GS그룹·현대중공업·한화그룹이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이후 본 입찰 과정에서 포스코와 GS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하려 했지만 GS측이 막판에 포기하면서 포스코도 입찰자격이 박탈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 간 2파전으로 전개된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는 결국 한화그룹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그룹은 당초 계획한 자금조달방안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2009년 1월 매각이 무산됐다.
2013년 2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시한이 만료되면서 19.1%의 대우조선해양(주) 지분 중 17.15%를 넘겨받아 2대주주가 된 금융위원회는 2013년 11월 지분5%(957만주)를 주당 3만5550원에 처분하고 공적자금 3402억 원을 회수했다.
올해 1월 16일 예금보험공사는 개장 전 시간외거래에서 보유중인 대우조선해양(주) 보통주 106만1155주(0.55%)를 주당 3만5900원에 처분하고 공적자금 381억 원을 회수했다.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주) 지분 5%를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부로 90일 매각제한(락업)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나머지 지분을 처분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나머지 12.15%의 지분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1.5%)과 공동매도하거나 추가 블록세일을 통해 처분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2009년 공동매각자문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합병부를 선정했고 국내 M&A 시장상황 및 제반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주)의 본격적인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주)의 국내 기업 인수 방침을 정하면서 올해 당장 국내 기업 중에서는 대우조선해양(주)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화가 인수에 나섰다 실패했듯이 최대 5조 원 이상이 드는 자금을 댈 곳이 마땅치 않다.
당장 포스코는 재무구조개선과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 막대한 인수 자금을 대기 어렵다. 삼성은 대우조선해양(주)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주) 지분 매각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황을 고려할 때 올해 매각 성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조선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들이 5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주)를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주)의 최대 주주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각시 반영돼야 할 사안
대우조선해양(주)를 매각한다면 이 회사가 지닌 성과와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로스네프트가 대우조선해양(주)를 인수하려 한 것은 방위산업 분야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주)는 지난해 119억8000달러어치를 수주했고 이 가운데 67.5%인 80억8000달러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거뒀다.
또한 잠수함 및 전투함의 독보적인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없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정부 보유주식을 해외에 매각하면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 및 국가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대우조선해양(주)는 거제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연관된 지역 경제의 한 중심축이기 때문에 매각될 경우 합리적인 구조조정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 성장 동력이 저하될 수 있는 부분도 고려 대상이다. 과거 2003년 론스타는 극동건설에 1700억 원을 투자, 기업을 인수해 4년 동안 유상감자·고배당·자산매각·현금유출 등으로 2200억 원을 회수했고 이에 더해 극동건설을 66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8800억 원의 막대한 이익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신규투자는 미미했고 기술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극동건설은 성장 동력을 잃고 결국 법정관리를 받았다.
따라서 해양플랜트 기술 개발과 자재의 국산화 등에 투자가 선행돼야만 꾸준히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투기자본에 의해 성장 동력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