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고현항 항만재개발은 찬성하지만…
[발행인 편지]고현항 항만재개발은 찬성하지만…
  • 거제신문
  • 승인 2014.03.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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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에게.

매화향과 개나리가 봄소식을 전해오기에 K형에게 거제의 봄소식 겸 고향소식을 전해드리고자 오랜만에 서신을 올립니다. 고현방파제에서 소주를 마시기도 하고, 청운의 꿈을 안고 마산·부산 여객선에 올랐던 K형과의 추억이 서린 고현항이 항만재개발사업으로 제법 시끄럽습니다. 7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고현항을 메우고, 매립된 땅 위에는 공원과 녹지·광장·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지역신문에 실린 조감도는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거제시와 거제빅아일랜드PFV의 사업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거제시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 사업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일부에서는 매립 자체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해수부와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지금에도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통해 푸른 녹지와 공원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확보되고 전체적인 도시기능이 향상된다고 한다면 거제시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에는 의구심이 가득합니다. 항만재개발사업은 상실된 항만기능을 되살리고 전제적인 도시기능 향상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단순한 매립사업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도심과 접해있는 고현항은 시민들의 정서를 품어 온 고향의 바다와 같은 곳입니다. 호주 시드니와 같은 미항(美港)은 아니지만 거센 폭풍을 막아주며 선박의 안전한 피항(避港)을 돕는 배려의 공간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지역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보물상자와도 같습니다. 국가의 자산이자 거제시민의 자산인 고현항을 개발하려한다면 이러한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하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순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민을 주인으로 알고 섬김의 행정을 추구해 온 거제시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소통이 아닌 불통이, 논의와 협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만이 남아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K형, 거제시가 귀를 열어 시민들의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난장의 소시민에서부터 전문가들의 목소리까지, 모든 이들의 작은 목소리조차 크게 듣는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합니다. 혹여나 시민들을 소리를 차단하는 인(人)의 장막이 쳐져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갑니다. 공공의 자산인 바다를 매립하는 사업이라면 공익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일이 최우선돼야 합니다.

현재의 사업계획대로라면 매립지 대부분이 상업과 주거용지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될 녹지와 공원, 광장 등의 공간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정도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객(主客)이 바뀐 상황입니다. 진정 시민들을 위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이라면 꼭 필요한 만큼의 매립을 통해 시민 모두가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큰 목표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단순한 택지개발 또는 신도시 개발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같아 K형에게 하소연이라도 해봅니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공정성 담보 또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입니다. 이 사업을 두고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립 공사비가 과다하게 책정돼 사업추진 만으로도 엄청난 수익금을 남길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매립 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사업권까지 가져간다면 그 수익은 일반 서민들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금액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철저한 사전검증이 필요합니다. 분명한 제동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엄청난 이권에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사업자와 전혀 연관이 없는 별도의 회계법인을 만들어 사업비부터 찬찬히 따져봐야 하며, 시행사나 시공사의 특수 관계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검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거제시민들은 민선시장 모두가 구속되는 아픔과 이권사업이 있을 때 마다 뇌물수수 및 비리로 얼룩진 과거 일을 기억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다시는 예전의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거제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와 타협은 불가합니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을 두고 대가성 비슷한 금품이 오가며 술집에서 로비가 이뤄진다는 말들이 벌써부터 시중에 떠돌아다닙니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이 뇌물수수와 공무원 비리 등으로 얼룩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청렴함과 적절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K형의 조언을 구해봅니다.

K형, 여름밤이면 멱을 감던 고현천이 생각나십니까.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고현천 문제입니다. 고현천은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각종 오폐수가 그대로 흘러들어 악취가 진동하고, 각종 쓰레기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고현항이 매립된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또한 고현항으로 흘러들어오는 수월천과 연초천도 현재의 모습을 잃게 될 것입니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과 고현천 살리기 사업은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그 당위성과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산만 살리기 운동과 울산의 태화강 가꾸기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합니다. 고현항 매립지에 들어설 시민들의 쉼터와 건강한 고현천이 함께 공존할 때야 말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의 진정한 완성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K형,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침수문제, 교통문제, 지역 균형발전 저해 등의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거제시민들은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매립을 통한 토지분양사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살아간 모든 이들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시민들의 생각과 지혜를 모으고, 공정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시 하며, 미래비전과 시민행복을 추구하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것이 거제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진정으로 거제를 사랑했던 K형과 함께 이 문제들을 고민해보고자 오랜만에 소주한잔 기울일 생각을 전합니다. 끝나지도 않는 거제사랑 이야기로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던 K형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하며 거제 선산지기의 두서없는 글을 마칠까 합니다.

3월 어느 늦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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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동민 2014-03-07 22:30:39
고현항그대로두고바다를깨끗하게준설해서시민들에게돌려주야할것인데때가닥아오니까마구잡이식사업한다고하니정말한심한일이다.제발한가지사업이라도우리후손에게원망하지않는것들을심도있게또시민들과진정성있는공개토론회를많이개최해서해야할사업들을밀어부치기하면은때가닥아오는데좋은결과는없을것같아요.취소하고거제시민들고일어납시다.

시민2 2014-03-06 15:40:43
진짜 왜 다른곳엔 아무런 반응이 없죠.거제신문만이라도 펜을 굽히지 않아 고맙습니다.힘 내세요.응원합니다.

시민 2014-03-06 08:47:39
장평. 고현. 중곡동. 상동. 상문동. 들고일어나야합니다. 이사업이 진행된다면 참사입니다.
그리고 잘못된걸 알면서 거제신문외에 다른 언론사들은 왜 가만히 있는지 알아봐야지요. 사이비 언론이라는 오명을 받을수 밖에 없는 이유...고현일대는 아마 30년 후퇴합니다. 추후 가슴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