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식 |
이기대 산책로에서 솔바람을 마신다.
촉촉한 솔갈비가 발에 정겹다.
해무 깔린 수평선은 하늘과 하나로
고요 속에 잠자고
솔수펑이 지나가는 차가운 솔바람
귓전을 간질인다.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마애불의 소리가 바람결에 묻어온다.
‘재 묻은 손으로 가져가서 어디 쓰게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지.’
네 발로 걷는 교교한 아침 산을 깨우며
솔방울 하나가 달아난다.
남은 걸음 꼭꼭 다지며
솔바람 한 아름 가슴에 안고 간다.
빈손에 잡은 지팡이 가져가도 될까요.
●시 읽기 : 시인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칠순이 넘어 수필과 시로 등단하였다. 1시집 『선생님도 부끄럽다』(2011)에 이어 2시집 『솔바람 소리』(2013)를 상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