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 거제신문
  • 승인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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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식

현종식
《문장21》 수필, 시 등단
부산글터동인회장

이기대 산책로에서 솔바람을 마신다.

촉촉한 솔갈비가 발에 정겹다.
해무 깔린 수평선은 하늘과 하나로
고요 속에 잠자고
솔수펑이 지나가는 차가운 솔바람
귓전을 간질인다.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마애불의 소리가 바람결에 묻어온다.

‘재 묻은 손으로 가져가서 어디 쓰게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지.’

네 발로 걷는 교교한 아침 산을 깨우며
솔방울 하나가 달아난다.
남은 걸음 꼭꼭 다지며
솔바람 한 아름 가슴에 안고 간다.

빈손에 잡은 지팡이 가져가도 될까요.

●시 읽기 : 시인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칠순이 넘어 수필과 시로 등단하였다. 1시집 『선생님도 부끄럽다』(2011)에 이어 2시집 『솔바람 소리』(2013)를 상재하기도 했다.
이 시는 시집 『솔바람 소리』에 실려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사설시조’이다. 첫 행과 마지막 행을 보면, 시조의 초장과 종장의 정형을 유지하면서도 중장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사설화한 것이다. 이 시조를 한마디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요약할 수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형상화하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라며 현대인의 욕심과 욕망을 빗대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삶의 비밀 하나를 풀은 듯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지.’라며 재물에 욕심 부릴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빈손에 잡은 지팡이 가져가도 될까요.’라며 저승길에 불편한 다리를 대신할 지팡이에 애착을 가진다. 선생님, 꼭 가져가시길…….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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