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전숙 시인 |
김을 매는데,
젊은 호미는 다짜고짜 풀숲에 달려들더니
날카로운 손톱을 바짝 세우고
풀뿌리를 댕강댕강 막무가내로 끊어 버렸다.
날이 밝자 글쎄, 잘려진 뿌리에서 새움이 쏘옥
혓바닥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 쉬라고 두엄자리에 얹어 둔
나이든 호미를 다시 집어 들었다.
호미는 오랜 노동에 뭉툭해진 손톱으로
뿌리에게 무어라 어르고 달래는 것 같았다.
실뿌리 한 올까지 호미에게 내어준 바랭이는
쌀강아지 혀처럼 보드랍고
따뜻한 햇볕에 순해진 눈물을 말렸다
나이든 호미는 잔뿌리에 달라붙은
설움 같은 흙덩이를 가만가만 털어 주었다.
●시읽기: 시집 『나이든 호미』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날이 무뎌진 낡은 호미와 날카로운 새 호미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시인의 시작노트를 그대로 읽어 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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