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차
연꽃차
  • 거제신문
  • 승인 2014.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현종길

청옥빛 하늘이 하얀 꽃배를 저어
솔바람도 숨죽여 열어 주는 수면 길
부생육기(浮生六記)*에 사랑의 노래처럼
연차 향 한잔에
연꽃은 웅크린 마음을 활짝 연다.
나는 연꽃 위에 앉아
우주에 맥박이 뛰는 그 소리 들으며
사바세계 만다라의 명상에 든다.
새소리도 어우러져
하얗게 웃는 하늘물빛 그림자
햇살이 먼저 마신 연꽃차엔 구름이 내려와 돌고
갈증 난 입술을 대니 아침 예불 소리 들린다.
이 세상 꼭 하나뿐인 차향
풀잎 같은 내 속에 하늘빛이 감돈다.
 
※부생육기: 청나라 심복의 자서전

·시 읽기: 계간 '문장21' 21호(2013·봄)에 실린 시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연꽃 향기가 몸 안 가득 번지는 듯하다. 나아가 깨달음의 표상인 연꽃 위의 부처가 된 기분이 든다.
 시인은 연차를 우려내어 마시는 이미지에 자연의 빛과 소리를 끌어들여 놓고, 명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연차 향이 우러나기 시작하면 연꽃은 웅크린 마음을 활짝 열듯 다시 생명을 얻는다. 시인은 그 향기에 취해 연꽃 위에 앉은 듯 우주의 맥박 뛰는 소리도 듣고, 사바세계 만다라의 명상에 잠겨 든다. 그 연차에 햇살이 먼저 입을 댄다. 시인이 찻잔에 입술을 대니 예불 소리가 들리고, 온몸에 하늘빛이 감돈다. 종교를 떠나 이 시를 통해 연꽃 위의 부처를 만날 수 있고, 선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