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신경 쓸 필요 없이 영화에만 집중 가능…"힘들지만 한 명의 관객만 있다면…”

재미없고 뭔가 어설픈 영화만 상영하는 극장, 한 명의 관객을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리고 단 한 명을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거제아트시네마는 일반인이 선호하는 할리우드나 충무로의 화려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B급 영화 그리고 독립영화 같은 들어보지도 못한 비주류 영화들만 매달 계획되고 상영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찾은 관객은 꼭 다시 찾게 되는 신기한 장소다.
거제는 흔히 문화의 불모지라고 불린다. 제대로 된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기 힘든 도시 중 하나로 영화관도 적고 관광객들이 주가 되는 관람시설이 대부분이라 시민들은 문화생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 결과 시민들은 문화와 점차 멀어지고 관심과 흥미를 잃고 있다.
거제아트시네마는 2011년 4월 문을 열었으며 부산을 제외한 경남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예술극장이다. 특히 전국에서 예술영화관은 겨우 27곳임에 비춰 볼 때 거제에 상영관을 두 개나 가진 대형 예술극장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예술극장은 대도시에서도 운영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상업극장에서 보는 상업영화와 다르게 관객의 취향이나 재미에 중점을 두지 않고 감독이 마음대로 만든 영화가 주로 상영되기 때문에 관객층이 상당히 얕기 때문.
예술극장을 거제에 만든 이유를 묻자 정상길 대표는 "창원이나 울산·통영 등 고려를 많이 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며 "마침 괜찮은 자리가 거제에 있어 예술극장을 오픈하게 됐다. 그리고 거제는 내 고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과거 거제에서 '한려극장'과 '옥포극장'을 운영했고 통영의 '봉래극장'과 '중앙극장', 현재는 부산의 '국도예술관'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영화계에 젊음을 받쳤고 그 시작이 거제였기 때문에 거제아트시네마가 거제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상업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
예술극장은 전시관처럼 특별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거제아트시네마도 마찬가지다. 일본인디영화제와 일본영화 기획전, 인디애니메이션상영회, 영화무료상영회 등 관객의 발걸음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직접 감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GV행사도 진행 중이다.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매표소에는 작은 스낵바와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는 책과 영화 팸플릿이 준비돼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여유로운 분위기로 책을 읽거나 팸플릿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술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극장으로 놀러 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나기 위해 찾는다. 같은 목적과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기실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도 상업영화관에서 느낄 수 없는 거제아트시네마의 매력이다.
극장을 찾은 조아라(23) 씨는 "평소 예술영화에 관심이 있어 찾다보니 거제에 예술극장이 있는 것을 알고 찾아왔다.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다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라 편안했다. 앞으로 자주 찾아오자고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명의 관객도 소중하다"
거제아트시네마를 찾은 날 표를 끊고 극장에 들어선 첫 느낌은 '어색' 그 자체였다. 기자를 제외한 관객이 한 명도 없어 219석의 객석을 독차지한 꼴이 됐다. 아트시네마는 다른 극장과 다르게 자유좌석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먼저 앉으면 그만이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영화시간을 기다리지만 광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잔잔한 음악만 흘러나온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상영관에 혼자 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변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극장의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표 값은 7000원, 그마져 정회원과 청소년은 5000원, 카페회원은 6000원이다. 거기다 영화를 배급하는 것에는 비용이 없지만 표 값의 절반은 배급사에 지급해야한다. 한편이 7000원으로 계산해 보면 인당 3500원정도의 수익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거제아트시네마는 독립영화를 다루기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년에 약 4000만 원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원금은 극장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한평생 영화계에서 몸담아온 세월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 명의 관객도 소중하며 한해에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스크린에 올라가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사장되는 영화가 수두룩하다"며 "예술영화를 관객들이 찾아야 영화계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찾아주는 관객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혼자 또는 적은 인원이 여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예술극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고현사거리 수협방면 골목 안에 자리 잡은 거제아트시네마의 존재가 그렇다. 거제가 문화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경남의 유일한 예술극장이 존재하듯 주위를 찾아보면 더욱 많은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불평불만 늘어놓기 보다는 지금 바로 거제아트시네마를 찾아가 문화와 예술, 여유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