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높게 흐르면
구름 높게 흐르면
  • 거제신문
  • 승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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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 시인/화가

김종 시인/화가

1976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장미원』 등,
《문장21》 편집주간

하늘 땅
그 사이

창을 닦고

내 가슴
더운 설움이
 
소나기로
울고 난 뒤

대숲머리 바람 소리가
연등처럼 흔들렸다.

●시 읽기: 그림시집 『그대에게 가는 연습』(2010)에 실린 시이다. 시 「구름 높게 흐르면」이라는 제목을 보면 가을 하늘이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 구분 없이 맑은 하늘이 연상되기도 한다.
시인은 하늘과 땅을 수직적 대립 구조로 놓고, 그 경계선에 ‘그 사이’라는 허공을 하나의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창문 안과 창문 밖을 수평적 대립 구조로 보고, 창을 그 경계선의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창을 닦고’를 한 연으로 처리하여 창밖의 풍경이 창문에 압축되어 보이게 장치했다. 창을 통해 하늘과 땅과 그 사이를 바라본다. 창이라는 아주 작은 공간에 우주 전체를 들여놓고 거울 보듯 한다. 시인의 눈에는 창밖의 풍경이 창문에 축소되어 들어와 앉아 있다.
화자의 가슴에 치밀어 오르던 더운 설움이 소나기처럼 울고 난 뒤에 창밖의 대숲머리가 흔들리고,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그 바람의 크기는 연등을 흔들 정도로 살랑인다. 여기서 설움과 소나기의 매개어는 ‘울음’이다. 이질적인 설움과 소나기라는 시어에 ‘울음’이 매개 역할을 하여 이질적이던 것이 동질적인 것으로 전환한다. 마지막 연에서 이질적인 바람 소리와 연등을 결부시키는 매개어는 ‘흔들림’이다. 이 흔들림의 주체가 연등이 아니라 바람 소리로 전환되어 있다. 이것이 시의 매력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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