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보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내 아이’보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 거제신문
  • 승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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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미 아주초등 교사

▲ 박진미 아주초등 교사
새 학년이 되면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일은 학부모 상담기간에 이루어지는 학부모와의 면담이다. 학급의 아이들과 만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에 대한 모든 특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애가요 원래는 착하고 머리도 없는 건 아닌데요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다보니 좀 산만해졌더라구요.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면서 공부도 잘했으며 좋겠어요. 집에서도 잘 살펴볼 테니 선생님도 관심을 부탁드려요. 칭찬하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잘하는 아이입니다. 제가 챙겼어야 했는데 바쁘고 힘들다 보니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바쁘시고 많은 아이들을 봐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어머님의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우리 아이는 천성이 착하고 뭐든 다 잘할 수 있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적인 아이다. 부모의 눈에는 자기 자식이 남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마치 같은 아이스크림을 사더라도 친구가 산 것보다는 내 것의 양이 더 많고 예쁘길 바라는 마음처럼….

뭐든 노력하면 최고가 될 것같이 말한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 엄친딸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있으나 친구나 선생님이나 학원 같은 외적 조건이 맞지 않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나는 옥수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해마다 옥수수 경연대회가 열리면 언제나 '올해의 옥수수 상'을 수상하는 농부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수확한 그해 최고의 옥수수 씨앗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씨앗으로 옥수수를 심어 보세요."

이를 궁금히 여긴 어느 기자가 물었다.

"왜 그 귀한 씨앗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까?"

이에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옥수수는 바람에 실려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데 주변에 나쁜 품종의 옥수수가 있으면 내가 아무리 좋은 옥수수를 키우고 싶어도 좋은 열매를 맺을 수가 없어요. 내가 좋은 옥수수를 얻으려면, 주변에 좋은 옥수수가 많아야 한답니다."

참 의미로운 이야기다. 내 아이를 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웃의 아이들이 좋아야 한다.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라는 생각을 가지시는 것은 바로 내 아이를 바로 키우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간혹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어린이, 형편이 어려워 눈물짓는 어린이,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조금은 뒤처지는 어린이에게도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따뜻한 보살핌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만 사랑하는 것은 ‘소유’지만,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소유’의 정신일 것이다.

오늘 상담오신 어머님을 보면서 내 모습을 다시 보았다.

아이가 가진 특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이상적인 환상에 빠져 부모의 생각대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자신이 눈에 보였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기만 하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말 그대로 모범생이 될 거라는 자기 자신의 최면에서 벗어나 ‘내 아이’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이 두루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두의 엄마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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