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토기시대 문화 추정할 수 있는 중요 자료…펜스·안내판 설치해 관리 필요

선사시대 문화유적인 지석묘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구 훼손되고 있어 뜻있는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거제 거가대교 접속도로(장승포~장목) 4차로 확·포장공사(제1구간) 내 대금리 구간에서 발굴된 문화유적인 지석묘가 방치돼 있어 보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삼강문화재연구원(이하 삼강연구원)은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우건설이 건설한 거가대교 접속도로(장승포~장목) 4차로 확·포장공사(제1구간) 내 대금리 구간인 장목면 대금리 473번지 일대 5만9992㎡ 현장에서 유적 발굴 조사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구역 내에서 확인된 유구는 주거지·고상건물지·묘 등 총 166기다. 확인된 유구 가운데 지석묘 1기가 장목면 두모마을 인근 국도 58호선 도로변에 방치돼 원형훼손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삼강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방치돼 있는 무문토기시대 지석묘는 발견 당시 경작지 때문에 경사면 아래쪽이 삭평돼 유구의 절반 정도가 파괴된 상태였다. 이 묘역의 잔존부만으로는 원형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매장의 위치 등을 근거로 장방형으로 추정됐고 상석만이 남아 있었다.
이 묘역시설의 규모는 길이 500㎝, 너비 460㎝이고 상석의 크기는 길이 250㎝, 너비 200㎝ 정도였다. 당시 발굴 조사작업에 참여한 삼강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방치된 지석묘는 거가대교 접속도로 발굴 조사하는 동안 발굴한 것인데 학술발굴이 아닌 구제발굴이라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농소 지석묘는 문화재청의 고증을 받아서 이전해 복원했다"면서 "이 지석묘는 일반적인 것으로 문화재로 지정되기 어려웠고, 다만 지석묘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교육용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대우건설과 협의해 거제대금산 학생 야영 수련원에 갖다 놨다"고 해명했다.
이 지역주민 정모씨(장목면)는 "삼강연구원측이 이 지석묘를 거제대금산 학생 야영 수련원에 갖다 둔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제대로 된 관리를 강하게 요구하자 대우건설 측에서 현재의 위치에 지석묘를 옮겼다"고 주장했다.
거제지역 향토사학자 김의부씨는 "무문토기시대에는 기록문헌이 없기 때문에 매장문화를 통해 그 당시 문화를 추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지석묘를 통해 이 지역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고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지석묘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늦었지만 그 지석묘를 발굴 지점 인근에 원형 복원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거제시 관계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현장 확인을 하겠다"며 "현장 확인 후 인근 주민들과 협의해 적정한 부지에 지석묘를 옮겨서 펜스 및 안내판을 설치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문화유적 분포지도'에 의하면 현재 71기의 지석묘가 거제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고 이중 사등면 청곡리 지석묘 3기, 둔덕면 학산리 지석묘 4기, 일운면 지세포리 지석묘 2기 만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