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가십니까?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가십니까?
  • 거제신문
  • 승인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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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이제 분주하고 설레던 3월의 새 학기도 지나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여러 가지 주변 상황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새봄이 시작되었다.

이때쯤 되면 학부형들은 슬슬 담임의 성향이 궁금해지면서 한번쯤은 학교에 찾아가 담임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학부형이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들을 맡은 담임이 자기 자녀에게 마냥 너그럽고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건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라고 한다면 이해하실는지 모르겠다. 교직 생활을 거의 30년 가까이 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담임은 절대로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이 담임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는 족히 일 이주일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은 재빠르게 담임의 성향을 파악하고 올해 어떻게 담임을 이겨 먹을지 본능적으로 안다. 어떻게 하면 담임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고 담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인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귀신같이 아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서 학습을 통하지 않고 알게 되는 몇 가지 것들 중의 하나다.

학기 초인 3월에 수업에 들어갔을 때 그렇게 기가 바짝 들어있던 아이들이 4월이면 흐느적 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가 바로 아이들이 담임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우리 담임은 사람이 좋아서 이래도 저래도 봐준다는 암시적 담임 평가 분위기가 반 전체 학생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날뛰던 아이들도 강하게 그들을 잡아주고 분위기를 휘어잡는 교사 앞에서는 또 순한 양처럼 잡힌다는 사실이다. 어중간하게 적당히 잡으려하면 오히려 반항하지만 더 강한 기로 휘어잡으면 순식간에 반 분위기가 딱 잡히고 바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사실에서 담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마냥 사람 좋은 교사. 그래 훌륭한 사람 맞다. 하지만 교사는 좋은 사람인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좋아서 학생들에게 마냥 이래도 저래도 봐주는 교사는 좋은 교육자가 아니다. 아이들이 잘못할 때 야단쳐주고,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분위기를 잡아주고, 소란한 아이, 잘못하는 아이를 징계하는 것도 교사가 할 일이다.

아이들은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감정과 생활을 통제해주고 미래를 열어주고 아이들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깨우쳐주는 교사도 필요하다. 공부만 가르칠 바에야 차라리 실수 없이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주는 로봇이나 컴퓨터가 교사보다 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 대신 로봇을 교단에 세우지 않는 이유는 교사에게서 배우는 것이 지식의 전달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대들의 아이 담임이 마냥 좋은 사람이기만을 바라는가?

언젠가 학생들에게 사람 좋지만 학급을 돌보지 않는 선생님과 엄해서 꼼짝도 못하게 하지만 학급관리 철저하게 하는 선생님 중 어느 한 사람을 고르라면 누가 더 담임으로서 좋으냐? 물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전혀 주저함 없이 곧 바로 대답했다.

"엄한 선생님이요"

이 말 한마디로서 대답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새 학기도 지나고 담임과의 면담이나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담임에게 아이들에게 엄하고 이도 들어가지 않는 깐깐한 선생님이기를 주문하라.

교사들은 대부분 이미 그대들의 아이를 다 파악했을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을 잘 다루는 부모라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아서 어느 부분은 학교 교육에 기대고 싶은 사람이라면 교사에게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선생님이 되어주기를 부탁하라. 그러면 교사는 기꺼이 그대들의 아이를 성장시켜 줄 것이다.

아이들은 어느 한 부분에서는 타협이나 억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제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하며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도 알고 권위에 굴복할 줄도 알아야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중요한 교육이고 훈련이다.

끝으로 교사와 학부형은 결코 적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잘 교육시켜 훌륭한 사람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동지로 여길 때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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