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유적 관리 시급…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6·25 한국전쟁의 역사적 현장인 거제포로수용소 잔존 유적들이 행정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면서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라 체계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거제시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내 무도장과 PX, 경비대장 집무실, 고현중학교 옆 헌병대 막사 등 일부 잔존 유적들은 지난 1983년 지방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또 장평동에 있는 무기창고와 양정동 법무관실, 페치카, 빵공장 등도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된 4곳 외 수양동 일대에 산재한 소규모 잔존 유적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이를 보존할 관리 규정이 없어 대부분 사유지에서 무단 훼손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거제시는 문화재로 지정된 4곳과 계룡산 정상부근의 통신대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양정동 737번지 잔존 유적의 경우 땅 소유주가 최근 흙을 성토하는 바람에 유적 대부분이 묻히고 잔해 일부는 훼손된 채 나뒹굴고 있다.
이와 관련 거제시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된 4곳 이외의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 대해 각 면·동에 파악지시를 했다"며 "자료가 취합되면 문화적 가치 여부를 판단해 사유지에 있다 하더라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토지소유자와 협의해 가급적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양동 주민 A씨(52)는 "예전에는 인근에 포로수용소 유적으로 추정되는 잔해들이 곳곳에 제법 보존돼 있었으나, 주택 증·개축 등으로 알게 모르게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면서 "세계 최대의 거제포로수용소라는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더라도, 거제시에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현존하고 있는 만큼 잔존 유적들을 보존·관리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사라져가는 유적들을 보존·관리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지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쳐 사료적 가치가 인정되는 유적은 문화재로 지정하고, 땅 소유주와 협의를 통해 그 땅을 매입해 관리하거나 문화재 지정으로 예상되는 현실적인 피해를 보상해 주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