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 |
새 길 뻥 뚫렸다.
호리 휜 매형 밭에 갈 때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다고
머리 센 누님 기분 좋고 좋았다.
까만 아스팔트 새 길 위로
총알택시까지 까불며
언제나 아무나 앞질러 달렸다.
자전거 타고 밭에 가던
매형의 즐거움도
앞지르는 택시에 당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숨이 멎은 그 길에서
매형 자전거는 사라져버렸고
누님의 눈물은 흥건했다.
총알만 밤낮으로 날아다녔다.
·시 읽기: 계간 《문장21》 5호(2009, 여름)에 실린 시이다. 시인이 친인척을 시 속에 끌어들이는 시적 구조는 실존의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 내는 시적 허구의 상상력은 허구적 진실성에 신뢰감을 더해 주기도 한다. '길'이란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과 우의성을 지닌다. 이 시에서 새 길의 상징은 희망과 절망(죽음)으로 양립한다. 새 길(희망)이 곧 슬픔과 절망으로 전이되는 경험적 상징이기도 하다. 그 새 길 위에 총알만 밤낮으로 날아다녔다며 시인은 제발 제한 속도(개발의 속도, 차량의 속도, 삶의 속도)를 지키자고 말하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