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호주머니
  • 거제신문
  • 승인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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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용

선 용
아동문학가/번역가
부산MBC 『어린이 문예』 주간 역임,
한국동요작사작곡가협회 회장 역임,
《문장21》 편집고문

새파랗게 언 손이
안쓰러워
꼬옥 감싸 줍니다

종일 썰매 타느라
꽁꽁 언 고사리 손

(중략)

호호 입김으로도
녹지 않는 손

양지 바른 밭둑
쥐불로도 풀리지 않는 추위를
따스한 체온으로
녹여 줍니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아이 손을
잡아 봅니다.

●시 읽기: 계간 《문장21》 9호(2010, 여름)에 실린 동시이다. 아동문학가 선용은 현재까지 동심시집, 창작 동요집, 번역서 등 14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시인은 아이의 언 손을 따스한 체온으로 녹여 준다는 시선으로 호주머니를 의인화하고 있다. 나아가 ‘빨갛게 언 손’을 “새파랗게 언 손”이라는 시어의 대치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것은 시어가 대치하는 수직적 계열과 시어가 연결하는 수평적 결합 관계는 물론이고 시어의 형태소 연결과 결합의 관계를 창작에 잘 접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어가 일상적·사전적인 외시적 의미와 주관적·신화적인 공시적 의미를 동시에 부여한다고 할 때, 이 동시에서 호주머니의 외시적 의미는 간단한 물건과 돈을 보관하거나, 손을 따뜻하게 보온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공시적 의미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꽁꽁 언 고사리 손을 잡아주는 의인화 혹은 인격화된 존재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이 동시의 호주머니처럼 늘 따뜻한 마음을 갖기를 빌어 본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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