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1950년대 말 미국 소방관 앨빈 윌리엄 린이 작성한 시 '소방관의 기도'의 중 한 구절이다. 지난달 26일 거제소방서 구조대 3팀 소속 김동건 소방관과의 인터뷰는 뜻밖에도 옥포동 화재 현장 비상출동 상황과 함께 진행됐다.
그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연신 사이렌 경적을 울리며 촌각을 다퉈 소방차를 몰았고, 2명의 동료 소방관은 소방차의 좁은 승무원석에서 화염 흔적이 역력한 방화복을 묵묵히 착용하며 지령서를 접수하고 있었다.
김 소방관은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는 5분 이내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화재 발생 후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하다"며 신속한 현장 도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 2급 화재진화사와 2급 인명구조사 자격을 취득해 전문적 소양을 갖춤으로써 동료 소방관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묻자 "직업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이라면서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해 국민들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남자로서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년 평균 6명 순직·300여 명 부상, 직업 만족도 최하위, 임용 후 5년 이내 이직율 20%, 평균 수명 58세. 바로 대한민국 소방관을 설명하는 통계다.
잠시 전 비상출동 상황 당시의 심경을 묻자 김 소방관은 "우리 구조대의 역할은 인명의 검색과 구조이기 때문에 화재 진압전이라도 최우선적으로 현장에 투입된다"면서 "일단 현장에서는 희생·봉사 정신으로 인명 구조작업을 펼치지만 복귀한 후에는 가족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의 부인 김가령씨(34)는 "남편은 위험해도 인명을 구할 때가 가장 신명나고, 화재를 진압한 후 소방서로 돌아갈 때 가장 행복해 한다"며 뼛속까지 소방관의 정신이 깃든 남편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녀는 또 남편이 "항상 밝게 웃으며 출근할 때처럼 저녁에 귀가할 때도 그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를 하루하루 소망한다"고 소방관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내비쳤다.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극한 상황을 함께 해야 하기에 여느 직종보다 동료애가 두터운 소방관들. 그는 "항상 위험이 존재하는 소방재난 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선배들이 고맙다"면서 "집사람보다 더 친하다. 현장에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 늘 든든하다"고 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구조대 3팀의 막내인 그는 "몇달 전 연사삼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천신만고 끝에 구조해 후송시킨 적이 있다"면서 "며칠전 그 운전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소방서를 찾아와 우리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그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경험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사회적으로는 긴급 출동할 경우 소방차량에 대한 시민들의 양보의식이 향상 됐으면 좋겠다"면서 "소방관이 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정년 때까지 아무런 사고없이 건강하게 근무했으면 한다"고 소박한 희망도 드러냈다.
2006년 소방관에 임용된 김동건 소방관은 500회 이상의 화재출동과 900회 이상의 구조·구급 활동을 펼쳤고, 그 공로로 2008년 거제시장 모범공무원 표창, 2009년 통영소방서장 모범공무원 표창, 2009년 월간 119매거진 공로패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