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준
정석준 시조시인 |
부를 수 없다
그는 주인 몰래
꽃을 옮겨 갔을 뿐이다
지독한
그의 사랑에
꽃은 활짝 피었을 것이다.
·시 읽기: 시집 『꽃 도둑』(2009)에 실린 시조이다. 예전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열망이 고조된 시절에 '책 도둑'은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것처럼 시인은 '꽃 도둑'을 꽃에 대한 지독한 사랑 때문에 충동적으로 꽃을 훔쳐 갔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이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단지 "꽃을 옮겨 갔을 뿐이다"라며 '꽃 도둑'을 관용적 포용력으로 용서하며 삶의 미학을 표현한다. '꽃'은 아름다움과 선함의 표상이고, '도둑'은 추함과 악함의 표상이다. 이 두 극단적 양극화 현상에서 유사점을 찾으려는 시인의 뛰어난 기지가 돋보인다. 시인은 종장에서 그 "꽃은 활짝 피었을 것이다"라며 추측한다. 선함의 표상인 '꽃'이 나쁜 행위의 표상인 '도둑'을 선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염원을 담은 반어법적 표현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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