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왕이 계시는 앞에서 술을 받으면 어려운 자리라 한 되 술로도 취하지만, 은근한 향기를 풍기며 비단 속옷을 풀어 헤친 여인과 밤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면 신은 한 섬이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한계치' 또는 '마신 후 다음날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 생활할 수 있는 양'을 주량(酒量)이라고 한다. 다른 정의로는 '술을 마신 후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양''자신이 행동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까지 마실 수 있는 양'으로도 본다.
그런데 이런 정의는 판단의 기준이 애매하다. 술 마시고 다음날 생활에 지장이 있나 없냐는 다음날이 되어보아야 알 일이고, 민폐를 끼쳤냐 아니냐는 친구와 술 마실 때와 장인어른과 술 마실 때 조심하는 정도의 차이 때문에 술의 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차라리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그 시점을 주량의 한계로 잡으면 좋을 것 같다. 술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혈액 순환이 잘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알콜분해효소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알콜 거부현상이다. 따라서 이 시점을 주량으로 잡으면 건강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배우 윤문식씨가 채널A 토크쇼 '쇼킹' 녹화에서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35살 때 만리포에 놀러가서 혼자서 소주 36병까지 먹어봤다"는데, 이만큼은 아니지만 '꽃보다 할배'의 막내 백일섭이 "고단한 하루하루 끝나고 저녁에 많은 폭주는 아니라도 반주 정도는 마시며 살아야지, 인생 뭐 있어?"라는 그의 한마디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