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추모 분위기에 맞춰 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조용하게 진행돼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거제 전역의 사찰들이 법요식 행사를 가졌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이전과는 다르게 세월호 추모식과 더불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계룡사(주지 지연스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법요식을 시작했다. 이번 법요식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식과 더불어 진행됐다. 주지스님의 명종으로 시작된 행사는 1·2부로 나눠 열렸다.
법요식 1부에서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낭독, 찬불가, 축시, 봉축사, 청법가, 법어, 감사패 증정, 발원문, 축원, 육법공양, 관불의식 등이 이어졌다.
2부에서는 동백 합창단과 선재어린이의 음성공양, 색소폰 연주 등으로 진행됐다. 각 신행단체인 신도회, 보슬회, 관음회, 보현법우회 4개 단체의 각 회장들은 감사패를 받았다.
신도회장은 봉축사에서 "나누고 함께하면 행복하다. 지혜와 자비로 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마음의 등불을 밝히며 생명의 소중함을 새겨본다"며 "이럴 때 일수록 지혜의 등불을 밝혀 모두 함께하고 나아가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룡사에서는 법요식과 함께 용왕각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리본 달기 행사도 마련했다. 노란리본 하나하나에는 참사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담겨있었다.

대원사(주지 종문스님)는 불자 3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봉축법요식을 가졌다. 종문스님의 명종 5회로 시작된 이날 법요식은 육법공양·봉축사·봉축법문·발원문·세월호 참사 위령제·살풀이 순서로 이어졌다.
육법공양은 화엄경에 드러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향·등·차·꽃·과일·쌀을 공양함으로써 보리심(지혜의 마음)을 잃지 않고 정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봉축사를 맡은 정두선 신도회장은 "천상천하(天上天下) 무여불(無如佛) 시방세계(十方世界) 역무비(亦無比)"라며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연화심 신도대표는 발원문에서 "모든 사람은 부처님과 같은 존재임을 깨달아 욕심과 어리석음을 걷어내고 진정한 부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서 "수행정진으로 지혜를 밝히고 소욕 지족함을 추구해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삶이다"고 강조했다.
위령제와 살풀이 공연은 동시에 거행됐다. 거제전통예술단 정영수 회장과 이유정씨가 살풀이와 소리를 맡아 영령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했다.

장흥사(시용스님)는 불자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법요식을 시작했다. 개회선언에 이어 삼귀의례, 국민의례, 찬불가, 헌화-분향, 반야심경독경, 상월원각대조사 법어봉독(윤성기 고문), 국운 융창기원, 봉축사, 봉축법어, 축사, 축가, 석가모니불 정전, 발원문, 사홍서원 순서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봉축법회를 시작하기 전 장흥사에서는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욕'을 하며 무사편안하기를 소망하고 쌀과 초를 구입해 부처님에게 공양하며 절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했다.
또 앞마당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마당이 펼쳐졌다. 연꽃등 만들기, 염주만들기, 부채만들기 등 무료로 체험가능한 행사가 진행돼 장흥사를 찾은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법요식에 참가한 강현희씨(34)는 "평소에 절을 다니지 않지만 매년 초파일에는 사찰을 찾아와 행사를 즐기는 편이다"며 "장흥사는 처음 찾았는데 다른 절보다 체험거리가 많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은사(주지 은성스님)는 오전 10시30분에 법요식을 열었다. 법요식은 개회사, 타종, 삼귀의, 찬양합니다, 반야심경, 육법공양, 청법가, 법어, 발원문, 관불의식, 사홍서원, 권공 순으로 이어졌다. 오후 2시에는 세월호 희생자 위령제, 오후 6시에는 탑돌이 저녁기도가 마련됐다.
옥포2동 보광사(주지 황엄스님)는 황금연휴를 맞아 한국 불교에 관심있는 외국인, 어린 불자들과 함께 봉축 법요식을 진행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명종의식을 시작으로, 천수경 봉독, 육법공양, 봉축사, 발원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연초면에 위치한 해인정사(주지 자원스님)와 동부면 대원사(주지 종문 스님), 하청면 광청사(주지 월천스님) 등의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진행했다.
세월호 추모로 많은 절들이 조용한 분위기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와 더불어 추모식을 여는 등 그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법요식으로 특별하게 진행됐다. 부처님 오신 날이 일요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이번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았다.
법요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으며 이색적인 볼거리, 먹거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