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윤일광 |
예쁜 입술
덧니로
쏘옥 솟은
하얀 초승달
고운 얼굴
살짝 웃는
영아의 덧니마냥
별이 보면 어쩌나
웃는 덧니를
아랫입술
두둑이
치켜세우면
밉지 않게 조금씩
가려지는
하얀 초승달
·시 읽기: 계간《문장21》 10호(2010, 가을)에 실린 동시이다. 근래에 초가지붕을 보기란 민속촌이 아니고서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이 시의 창작 당시(1980년대)만 해도 초가지붕이 거의 사라져 가던 시기였다. 화자는 초가집과 초승달을 한눈에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다. 초승에 낮게 뜬 하얀 초승달이 예쁜 입술처럼 생긴 초가지붕 용마름을 살짝 비집고 나와 웃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고운 얼굴로 살짝 웃는 영아의 덧니 마냥 예쁘게 쏘옥 솟아올라 웃고 있다. 초승달이 영아의 덧니 같고, 초가지붕 용마름이 예쁜 입술로 보이고, 하얀 초승달이 덧니로 솟은 듯하다. 그리고 하얗게 웃고 있는 덧니를 별이 보면 어쩌나 하고, 덧니를 약간은 부끄러운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아랫입술을 두둑이 치켜세워 덧니를 가리듯이 하얀 초승달이 초가지붕 용마름이라는 예쁜 입술에 조금씩 가려지는 모습이 밉지 않게 보인다며 에둘러 예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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