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원
금수원
  • 거제신문
  • 승인 2014.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일광 논설위원

상호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함축적인 이름이 좋다. 그런 이름 짓기에 대하여 적어도 구원파 교주 유병언씨는 달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없는 게 없고 안파는 게 없다는 뜻의 '다 판다'는 참으로 쉬운 이름이면서 소비자가 거기 가면 무엇이든지 다 살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건강식품 '알고나'는 알고나 먹자는 것이고, 영양제 '내모메'는 내 몸에 좋다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딸들이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 한국제약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 이름 '푸새' 커피제조업체인 '소쿠리상사' 놀이공원 '늘징글벨랜드' 유기농식품을 파는 '노른자쇼핑'모두 의미가 부여된 대단한 착상이다.

1979년 유병언씨가 설립한 주식회사 '세모'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모세'를 뒤집어 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삼각형은 모든 도형의 기초이자 만물의 기본이면서 삼위일체를 나타낸다. 건설분양사 '트라이곤코리아'의 트리아는 그리스 고대어인 '삼각형(triangle)'이 그 기원이다. 특히 회사 본부가 가수 배호가 불렀던 '돌아가는 삼각지'로 유명한 용산에 있다는 것까지 묘하게 연관 지어 놓았다.

사진작가로 활동할 때 썼던 '아해'는 아이의 옛말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일신을 부르던 고유명사인 '야훼(Yahweh)'인 듯하고, 이번에 대 참사를 일으킨 '세월호'는 한자로 '세월(歲月)'이 아니라 세상을 초월한다는 종교적 의미의 '세월(世越)'이다.

경기도 안성에 유병언씨가 창시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의 총본산 '금수원'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추측한다. 첫째는 아름다운 비단에 수를 놓은 '금수(錦繡)' 둘째는 구원파를 믿지 않는 사람은 짐승 곧, 금수(禽獸)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는 북한 김씨 왕국이 구축해 놓은 '금수산태양궁전'을 흉내 낸 듯하다. 주체사상의 교주처럼 자기는 구원파의 교주가 되어 자기만의 영토를 꾸며 보겠다는 속셈이 분명 그 속에 숨겨져 있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