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 부산여성문학인회 회장 역임
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풍경이 운다.
아늑하다
서역 멀리 닿는
목어 소리
푸른 눈빛으로 쓰다듬는
먼 바다의 기별
파랑이 인다.
옷자락이 보인다.
길은 아직 멀다.
·시 읽기: 《문장21》 6호(2009)에 실린 시이다. 부제에서 밝힌 '용궁사'는 어디에 있을까? 전국 여러 곳에 용궁사가 존재하지만, 아마도 부산 기장읍 사랑리에 있는 '해동용궁사'인 듯하다. 해동용궁사는 동해 바닷물이 넘나드는 갯바위를 깔고 앉은 법당이다. 그래서 먼 바다로 나간 뱃사람의 안녕을 빌거나 바다와 관련한 사업(해양 수산업)의 번창을 비는 사람의 발길로 붐빈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동해 바다의 바람 소리와 용궁사 처마 밑의 아늑한 풍경 소리가 잔잔히 들려온다. 파도 소리와 목탁 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루며 다가온다. 청각적 이미지와 겹쳐진 시각적인 이미지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화음을 이룬 "목어 소리"가 "서역 멀리 닿는"다라는 묘사에서는 그 소리와 함께 독자의 마음도 서방 정토에 닿을 듯하다. 염(念)을 담은 목어 소리에 대한 화답을 하듯 아미타불의 푸른 눈빛(파랑)이 "먼 바다의 기별"이 되어 용궁사를 쓰다듬는다. 시인은 용궁사 코앞에 드나드는 파도와 맴도는 물결에서 깨달음을 하나 건져 올린다. 철썩이는 '파도'를 "푸른 눈빛으로 쓰다듬는/ 먼 바다의 기별"로 인식하고, 맴도는 '물결'을 아미타불의 '옷자락"으로 인식하면서 깨달음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낀다. 특히 '길'이 상징하는 서방 정토로 향한 길을 꿈꾼다. 이처럼 선적 상상력을 통해 빚어낸 시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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