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누스의 어원은 문(door)을 의미하는 라틴어 'Janua'에서 나왔고, 한해를 시작하는 1월(January)이나 건물 출입구를 지키는 수위(janitor)는 야누스에서 파생된 말이다.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에 나타나는 장승이 이와 유사한데 남녀를 쌍으로 마을 입구에 세워 잡귀의 범접을 막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야누스를 배경설화에 두고 쓴 소설이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지킬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인간의 이중적인 요소를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만들게 되는데 이 약을 먹으면 착한 지킬박사가 사악한 하이드로 변하게 된다. 선(善)과 악(惡)의 두 얼굴은 바로 우리 인간내면에 자라잡고 있는 양면성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지킬은 하이드로 변했다가 다시 지킬로 돌아오는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점점 자신의 생각과 행위가 하이드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쓴 당시의 영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빅토리아 시대로 생활수준이 높아지자 사치와 향락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겉치레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지킬박사처럼 감정과 상관없이 자신의 속마음은 늘 숨기고 고상하게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종교인이자 기업인, 사진작가,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계 신흥종교의 지도자, 세모그룹의 전 총수라는 어마어마한 직함을 자랑하는 유병언씨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며 선과 악을 넘나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결재도장 한번 찍은 적이 없는 기업인, 설교 때는 그렇게 당당하던 사람이 신도들의 뒤에 숨어 도망 다니는 종교인, 수백억대의 비자금 조성을 위한 사진예술가, 그런 유병언에게서 우리는 두 얼굴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