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적당히 해결하지만,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저녁마다 술자리가 잦게 되고 결국 폭식과 폭주를 한 것이 원인이었다. 며칠 전 직장에서 시행한 정기 종합검진에서 의사는 김씨에게 심각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한다.
키 1m74cm, 체중 83㎏이나 되는 그의 신체질량지수(BMI=체중(kg)/신장(㎡))를 측정해보니 27.7. 정상 수치인 25를 훌쩍 뛰어넘는다. 배 둘레를 재보니 36인치(90㎝)나 된다. 또한 혈압은 초기 고혈압(145/90㎜Hg)으로 진단되었고 비만으로 인해 고지혈증과 지방간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의사는 김씨에게 대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또 한 명의 환자였던 39세의 최모씨(자영업)는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 비만 등이 있어 대학병원에서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후 의사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 받았다. 최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치료를 미뤄오다 3개월 뒤 가게로 가던 중 갑자기 사망했다.
앞의 김씨나 최씨의 경우와 같은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등 우리 주위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이란?
이전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증 등을 각각 개별적인 병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이러한 질병을 포함하는 내분비적 종합질환으로 대사증후군을 정의한다.
대사증후군을 나무에 비교해서 설명하기도 하는데 나무를 보면 뿌리가 있고 기둥이 있고 가지가 있고 열매를 맺는다. 예를 들어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은 나뭇잎에 해당한다. 가지에 해당하는 것이 고지혈증, 그리고 뿌리에 해당하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데 몸속에서 혈당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 세포 속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인 포도당을 집어넣어서 피 속의 당을 낮춰주고 세포에서 포도당이 연소되도록 해서 에너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인슐린의 작용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이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당뇨·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이 생긴다. 흔히 과음·과식·운동부족·스트레스·복부비만 등이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으로 본다.
대사증후군의 진단에는 다섯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일단 대사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첫 번째, 고혈당이다, 공복혈당이 110 mg% 이상이면 내당능장애에 속한다. 공복혈당이 126 ㎎%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판단하지만 이것이 100 ㎎%를 넘어가면 위험 수준으로 봐야 한다.
두 번째는 고혈압이다. 보통 고혈압하면 140/90 ㎜Hg를 이야기 하는데 수축기 혈압이 130, 이완기 혈압이 85 이상이면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 세 번째는 복부비만인데 배꼽둘레가 남자는 36인치(90㎝), 여자는 32인치(80㎝)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본다.
네 번째는 중성지방이다. 피 속에 콜레스테롤의 종류 중에 중성지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의 수치가 150 이상이면 몸에 해롭다.
다섯 번째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이다.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은,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혈관을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어 수치가 높을수록 우리 몸에는 이롭다. 이것이 남자는 35 이하, 여자는 40 이하면 나쁘다.
대사증후군에 해당되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고 돌연사할 가능성이 높다. 돌연사란 증상이 나타나고 한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돌연사 원인은 심장병이나 중풍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대사증후군이다.
연간 사망하는 25만명 중 4만~5만명이 돌연사로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돌연사의 반 이상은 대사증후군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사증후군을 가진 환자가 매우 많아져서 최근 통계에서는 성인 남성은 21.9%·여성은 23.8%가 이에 해당됐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질환인 대사증후군의 치료는 어떻게 할까?
일단 나타나는 증상인 당뇨병(또는 내당능 장애)이나 고혈압·고지혈증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조기에 약물치료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연구됐다. 대사증후군의 뿌리는 인슐린저항성이므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선 식사와 운동 그리고 철저한 비만관리를 해야 한다.
결국 대사증후군은 80%가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식사·운동·술·담배·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고 식품보조제, 특히 영양제 같은 것은 섭취하는 게 좋다. 종합비타민, 항산화비타민(비타민A·C·E), 항산화 미네랄 등을 하루에 한 개씩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으로 신음하는 수많은 환자를 볼 때마다 조금 더 빨리 진단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늘 의사를 괴롭히는 직업병이다.
대사증후군 또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수록 예후는 훨씬 좋은 질병이기에 조기에 발견해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치료의 최선의 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