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분위기 진행…세월호 사건으로 2부 행사 취소

가정의 달을 맞아 서로를 사랑하고 봉사하며 헌신하는 시간을 갖고 세월호 사건을 애도하는 의미로 열린 이번 성모의 밤은 해성중·고교생 모두가 참여해 우애와 교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
식전행사인 성모님의 밤 관련 영상상영으로 문을 연 이날 행사는 기도문 낭독, 입장행렬에 이어 교목 신부와 교장 신부의 본기도, 강론 및 보편지향 기도로 진행됐다.
행사 후반부에는 신자 학생들의 촛불 점화 및 봉헌, 꽃 봉헌이 행해졌고 '세월호 아픔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름으로 성모에게 바치는 시와 노래가 강당을 메웠다.
성모의 밤을 끝낸 해성고 진선진 교장신부는 "성모의 밤이 시작된 연도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개교 이래 일정기간 이후에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며 "학교 이름인 해성(海星)은 '바다의 별'이라는 뜻도 있지만 성모님의 애칭"이라고 설명했다.
진 교장신부는 이어 "박문선 초대 신부께서 학교를 세우며 이같은 이름을 지은 이유는 성모님이 어머니로서 늘 학교를 보호하고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행사의 주최자인 교목 신부는 "가톨릭 건학 이념에 따라 설립된 해성학교는 오랜 가톨릭 전통에 따라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깊은 신심(信心)을 지니고 있다"며 "성모의 밤은 성모 마리아 공경의 한 예로 인류 구원의 협조자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며 헌신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해 학생들도 우리 각자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돼야 한다"면서 "교사이기 이전에 가톨릭 성직자인 사제로서 가톨릭 건학 이념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봉사의 소임을 맡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성모의 밤 등 다양한 종교행사를 주관함에 뜻깊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성적이나 시험, 성공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나·너·우리'라는 공동체의 의식,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바른 소양의 가슴이 따뜻한 인재로 자라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건 해성학교가 유일무이할 것 같다"며 "마치 성당에 온 듯 한 기분이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가톨릭 신자인 이영주 학생(18)은 "작년에는 학생으로서 성모의 밤에 참여를 했지만 올해에는 신자로 참여하게 돼 의미가 컸다"며 "평소 성당을 다니지만 성모의 밤처럼 화려한 행사는 처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모의 밤 행사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2부 무대 행사는 취소됐다.
성모님께 바치는 시 중 한 구절인 "자세히 보면 어제와는 다른 봄. 우리는 결코 오늘의 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를 다시 한 번 가슴속에 깊이 새겨 넣으며 성모의 밤은 내년을 기약하며 그 화려하고도 성스러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