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집 청곡리 지석묘
죽은 사람의 집 청곡리 지석묘
  • 거제신문
  • 승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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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문화예술[4]

"돌판의 머리를 장좌마을 쪽으로 향하게 하시오."
"아니오, 지석마을 쪽으로 돌려놓으시오. 장좌마을 쪽으로 머리가 향하면 우리 장좌마을이 망합니다."
"지석마을 사람들 힘냅시다. 지석마을의 평안과 발전을 위해서는 돌판의 머리를 반드시 장좌마을 쪽으로 해야 합니다."
"절대 안되오, 돌판의 머리를 지석마을 쪽으로 해야하오."
"좋소, 그럼 이렇게 합시다. 두 마을의 평안을 위해 돌판 머리를 중간지점으로 돌려놓읍시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사등면 청곡리에는 약 50m의 간격으로 남방식 지석묘(淸谷里支石墓)가 3기 있습니다. 그중 도로 옆 언덕에 있는 1호에 얽혀 있는 이야기입니다.

돌판의 머리가 향하는 마을이 망한다는 속설 때문에 두 마을 사람들이 싸우다가 서로 화합하여 마을 중간지점으로 돌려놓았다고 전해집니다.

2호는 도로 옆 50m 떨어진 밭 가운데에 있는데 안타깝게도 발견 당시 훼손 정도가 심하고 흙 속에 있어서 구조를 알기 어렵습니다. 3호는 청곡마을 입구에 있는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3기중 1호가 가장 큽니다.

'지석묘(支石墓)'는 '지석'이 받침돌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석묘라 하면 받침돌을 세워 만들 묘지라는 뜻이며 영어로 '돌멘(dolmen)' 우리말로는 '고인돌' 입니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주로 경제역이 있거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의 무덤입니다. 청곡리 지석묘는 평평한 자연석의 상석 아래로 5~6개의 돌을 놓은 기반식 지석묘로 지하에 묘실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조상들은 힘센 장수로 묘사된 마고할멈을 고인돌과 연관시켜 설화로 얽혀진 것이 많습니다. 이는 고인돌에 대한 공경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거대한 구모의 돌판을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고 다만 힘이 장사인 마고할멈의 작품으로 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 6만여 기 가운데 3만여 기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지석묘 강국입니다. 거제도는 사등면 청곡리 외에도 둔덕면 학산리, 일운면 소동리, 지세포 일대, 연초면 다공리, 최근에는 거가대교 접속도로를 만들면서 장목면 대금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청곡 지석묘는 1983년 12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8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인돌은 단순한 바윗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돌과 거기에서 발굴된 유물을 통해 그 당시를 산다간 사람들의 흔적과 그들이 가졌던 가치관과 세계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유산입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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