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고대(古代)의 뱃길을 고증하려 만든 통나무배를 타고 대한해협의 일부를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시마네현 교사들이 주축이 된 민간역사연구 모임 가라무시회(대표 모리 유타카)는 지난 6일 오전 3시께 거제시 지세포항에서 출항해 17시간 만인 오후 8시께 일본 대마도 히타카츠항에 도착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모임이 만든 통나무배 '가라무시 4세호'가 항해할 거리는 약 72㎞였으나 5∼7명이 실질적으로 노를 저어 항해한 거리는 30㎞ 정도에 불과했다.
또 공해상의 파고가 3∼5m여서 인명 피해가 우려돼 나머지 구간에선 지원 선박이 통나무배를 예인했다.
'대한해협 횡단 프로젝트'는 고대에 대한해협을 왕래한 통나무배의 이동경로와 소요 시간 등이 실제로 어땠는지를 고증하는 게 취지다. 또 통나무배가 실제로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신라시대(157년)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재현하는 의미도 있다.
이 설화는 연오랑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됐고 부인 세오녀도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철기문화와 베 짜는 기술 등을 전해주었다는 이야기다. 가라무시 4세호는 길이 9.7m, 너비 60㎝, 무게 600㎏ 규모다.
모임은 시마네현에서 수령이 250년 된 전나무를 어렵게 구한 후 도끼로 속을 파내는 등의 전통 방식으로 통나무배를 만들었다. 고대인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하는 선박을 고증한 것이다. 모임이 만든 네 번째이자 최신의 선박이다.
애초 세운 계획대로라면 가라무시 4세호는 2013년 7월에 부산에서 출항, 대마도에 도착했어야 했다. 그러나 항해 도중 태풍의 영향으로 지세포항으로 피항, 1년 가까이 출항을 기다렸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모임 소속 일본인 6명과 지원 인력인 부산지역 요트인 등 모두 21명이 참여했다. 안전한 항해 지원을 위한 요트 2척과 고무보트 1척도 동행했다.
현장에서 항해를 지원한 유현웅씨(52)는 "절반의 성공이지만 한일 교류의 역사를 조명하려는 일본인들의 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